[부동산 PF 도미노 위기] 시행사, 미분양 속출에 유동성 위기 건설사 187곳 폐업 13년만에 최다… 저축은행 등 대출손실 14조 육박 정부 찔끔찔끔 대책, 수습에 역부족
12일 나이스(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증권사, 캐피털의 PF 대출 예상 손실액은 최대 13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경매시장에서 감정평가액 대비 최종 낙찰가율이 하위 25%에 들어갈 것을 전제로 한 보수적인 추정치다. 업계별로는 캐피털 5조 원, 저축은행 4조8000억 원, 증권사 4조 원 등이다.
전문가들은 부실 사업장의 질서 있는 퇴장은 물론이고 건설 현장의 자금 유동성 위기를 넘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걸 막으려면 악성 미분양 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행돼야 한다”며 “과세 기준에서 지방 미분양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대책 등과 관련한 법 개정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강남 노른자 PF사업도 위태… 구조조정 미루다 위기 반복
‘사업성 보장’ 강남-용산도 돈줄 막혀
주요 건설사 11곳 리스크 10조 넘어
정부, 경기회복 바라보다 늑장대응
올들어 위기설 반복돼 불안감 증폭
주요 건설사 11곳 리스크 10조 넘어
정부, 경기회복 바라보다 늑장대응
올들어 위기설 반복돼 불안감 증폭
사업성이 보장돼 있다던 강남이나 용산 등의 현장도 시장 침체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알짜 입지에 고급 주거시설을 준비하던 한 시행사는 분양 단계인 본PF로의 전환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사가 시행사가 분양 계약자를 책임지고 확보하는 ‘임의분양률’을 30%에서 60%로 올렸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PF 사업은 개점휴업 상태”라며 “PF 대출 심사는 10건 중 1건도 통과하기 쉽지 않아 사업 현장에서 돈줄이 마르고 있다”고 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올 초부터 총선 이후 건설사 줄도산을 뜻하는 ‘4월 위기설’이 돌았다. 지금은 다시 ‘5월 위기설’, ‘6월 위기설’ 등으로 불안감이 계속되는 상태다. 실제로도 건설사 위기는 현실화하고 있다. 태영건설 외에도 광주의 한국건설(시공능력 99위)이 지난달 법인 회생(법정관리)을 신청했다.
나이스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현대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등 국내 주요 11개 건설사의 책임준공 약정금액은 61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잠재 손실 3조8000억 원에 PF 보증 6조3000억 원을 더하면 리스크 규모가 10조 원이 넘는다. 육성훈 나이스신평 선임연구원은 “최근 PF 상황으로 인한 건설사 유동성 부담이 심각해지다 보니 계열 지원 여력을 포함한 재무 여력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정부가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2022년 말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부실 리스크가 본격화했는데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며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부실 규모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 경기 회복을 예상하며 구조조정을 미루다가 사업장 정리가 늦어진 측면이 있다”며 “PF 부실에 중소 증권사나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타격이 상당할 수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