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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벌레 가득”…이른 더위에 지하철 뒤덮은 ‘팅커벨’

입력 | 2024-05-13 10:33:00

사진=엑스(X·구 트위터)


일명 ‘팅커벨’로 불리는 동양하루살이(Ephemera orientalis)가 예년보다 이른 더위로 인해 최근 도심에 출몰하면서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한 엑스(X·구 트위터) 이용자는 “지금 경의중앙선 열차 상황”이라며 동양하루살이 수십 마리가 전철 차량 내부 벽과 조명, 광고판 등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정체불명의 벌레들이 열차 안에 가득하다. 그래서 그런지 좌석이 많이 비어 있다”고 전했다.

동양하루살이는 성충이 되면 입이 퇴화해 먹지도 않고 사람을 물 수도 없기 때문에 바이러스나 세균 등의 감염병을 옮기진 않는다. 그러나 건물이나 공공시설 등에 대량으로 달라붙어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동양하루살이의 몸길이는 18~22㎜지만 날개가 50㎜로 몸보다 훨씬 커 ‘팅커벨’이라는 별칭을 가졌다. 5~6월과 8~9월 등 1년에 두 번 우화(유충이 날개가 있는 성충이 됨)하는데, 보통 봄에 우화하는 쪽이 몸집이 크다. 때문에 늦봄·초여름에 불편 민원이 많이 접수된다.

동양하루살이는 번식을 위해 밤마다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습성이 있는데, 도심의 강한 조명이 무리를 유인하는 효과를 낸다. 특히 올해는 1973년 이후 역대 가장 더운 4월로 기록될 정도로 이른 더위 때문에 이들의 대량 출몰이 예년보다 앞당겨졌다. 하지만 동양하루살이가 주로 서식하는 한강 주변은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살충제를 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동양하루살이 대량 출몰로 성수동 일대를 중심으로 민원이 많이 접수됐던 성동구는 지난 8일 해충퇴치기 가동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성동구보건소는 이달부터 한강 주변의 공원, 하천변 등에 불빛으로 유인해 해충을 퇴치하는 친환경 방제장비인 ‘해충퇴치기’를 가동 중이며, 발견 신고가 들어오면 방역기동반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안내문을 배포해 대처 요령도 안내하고 있다. 성동구는 시설의 조명을 줄이거나 백색등을 황색등으로 교체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창문 등에 붙으면 먼지떨이를 쓰거나 분무기로 물을 뿌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