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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공개한 해외주식 절세법, 잘못 쓰면 ‘세금 폭탄’ 맞는다고? [세종팀의 정책워치]

입력 | 2024-05-13 15:02:00


얼마 전 국세청이 ‘주식과 세금’이라는 책자를 처음으로 발간했습니다. 국내 주식 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00만 명까지 늘어난 상황인데요.

자연스레 세금에 관한 관심도 커졌는데 주식 관련 세금 안내 책자 등이 없어서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 책자를 펴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입니다.

책자에는 주식 투자자를 위한 절세 방법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가 돼 있는데요.

납세자들이 최대한 성실하게 납세 의무를 다하되 합법적으로 아낄 수 있는 세금은 아끼도록 돕겠다는 취지이겠습니다.

사실 국내 투자자 대부분은 국내 주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책자에도 소개된 것처럼 국내 주식은 상장주식의 종목별 지분율이 1%(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이거나 시가총액이 50억 원 이상인 경우에만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에 해당하기 때문인데요.

그렇다 보니 국세청도 양도세 절세를 위한 팁으로 해외 주식 관련 사례를 앞세웠습니다.

오늘은 대표적인 해외 주식 절세법인 증여 후 매도를 주로 살펴보면서 어떤 점에 유의해야 ‘세금 폭탄’을 맞지 않을 수 있을지를 알아보겠습니다.


ⓒ News1



● “부부간 주식 증여로 해외 주식 양도세 절세 가능”

국세청은 이번 책자에서 주식 거래의 기초 상식과 주식의 취득부터 보유 및 처분 시까지 단계별 세금 문제를 총 76개의 문답 형식으로 구성하고 절세 꿀팁과 주요한 실수 사례 등도 추가했는데요.

‘절세 꿀팁 모음’ 소개는 책자 8장에 담겼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꿀팁 2’로 소개한 것이 바로 해외 주식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증여재산공제 활용하기’입니다.

해외 주식 투자자에게는 꽤 알려진 절세법인데, 국세청이 소개한 절세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가공의 인물인 김국세 씨가 2020년 4월 1일에 1억 원에 취득한 해외 A 주식의 주가가 올라서 2023년 12월 25일 현재 6억 원으로 5억 원의 평가 이익이 발생한 사례인데요.

국세청은 김국세 씨가 배우자에게 이 주식을 모두 증여한 뒤에 배우자가 주식을 매도할 경우 양도세가 0원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증여세 공제 한도를 고려해 과거 10년간 배우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없고, 기타 필요 경비는 없는 것으로 가정했습니다.)

김국세 씨가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대신 직접 주식을 매도할 경우 5억 원의 평가이익에서 250만 원의 공제액을 뺀 다음 20%의 양도세를 계산해 9950만 원을 내야 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1억 원에 가까운 절세 사례인데요.

국세청이 직접 걷진 않지만 지방자치단체가 걷는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1억1000만 원에 가까운 절세법입니다. 지방소득세는 양도세의 10%입니다.



국세청 제공.



● 부부간 주식 증여, 취득가액은 ‘증여일 전·후 각 2개월 종가의 평균’

이런 절세법을 국세청이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했지만, 실제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추가로 알아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주식은 가격이 상시로 변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해외 주식 증여 사례에서 국세청이 ‘증여가액’과 ‘취득가액’을 어떻게 설정하는지를 알아야 올바른 절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국세청에서는 “해외 주식 증여의 경우 증여일 전후 2개월간의 종가 평균액으로 증여가액을 산정하고 이 증여가액을 증여 시점 수증자(증여받는 사람)의 취득가액으로 본다”라고 설명합니다.

즉, 앞의 예에서 나온 주식 평가액은 증여일 전후 2개월(총 4개월)간의 종가 평균액인 것입니다.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4개월의 종가 평균액이 달라지면 내야 되는 세금이 달라집니다.

만약 전후 2개월의 종가 평균액이 6억 원을 넘는다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발생하게 됩니다.

현행 증여세법은 배우자의 경우 10년 동안 6억 원까지의 증여에 대해 공제를 적용하고 있어서 이 규모를 넘어서면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입니다.

만약 주식 증여 이후 2개월 동안 주가가 상승해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액이 올라가면 증여세를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증여 시점으로부터 5년 전에 2억 원을 배우자에게 이미 증여한 적이 있다면 증여세 없이 증여 가능한 주식의 규모는 더 줄어들게 됩니다.

이미 증여한 2억 원을 제외하고 4억 원까지만 증여세 공제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해외 주식 증여 계획을 세워야 하는 셈입니다.

● 해외 주식 증여·매도 이후 주가 떨어지면 양도세 부과될 수도

반대로 증여세 대신 양도세가 발생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증여 시점에 평가액이 6억 원인 주식을 받아서 이 금액에 매도했다고 하더라도 전후 2개월간의 종가 평균액이 이보다 더 낮다면 양도세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요.

증여받은 이후에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린 경우라면 양도세 부과를 피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6억 원보다 낮은 가격에 ‘취득’해서 6억 원에 판 것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실제 과세 여부는 다른 해외 주식의 손실 여부와 연 250만 원 공제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만….

증여세와 양도세 두 측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외 주식 증여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 News1 DB


● ‘탈세’ 아니고 ‘절세’인지 잘 따져봐야

문제는 또 있습니다.

책자에 함께 명시된 “(해당) 사례는 배우자에게 실질 증여한 경우를 전제한 것으로 실질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입니다.

‘절세를 위한 선택’은 안내하지만 ‘탈세를 위한 꼼수’는 안 된다는 조금은 무서운 경고가 담겨 있는 문구인데요.

세금을 줄이려는 방법으로 증여를 이용했지만 실제로 증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결국 절세가 아니라 탈세로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대표적인 예를 들어보면, 해외 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한 이후 매도해서 양도세를 아낀 다음에 이 매도 대금을 다시 돌려주는 식으로 자금을 활용한다면 결국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부부간의 자금 이동이 발생했을 때 여러 차례의 증여로 볼 것인지, 탈세 목적이 있었는지는 개별 상황마다 다를 수 있고 여기에 대해 세무당국이 판단을 해봐야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절세가 아니라 탈세로 판단된다면 원래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다시 물고, 세금 납부 지연에 따른 가산세까지 추가로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 연 250만 원 기본공제 충분히 활용하는 절세법 등도 안내

국세청은 이 밖에도

―이미 실현한 해외 주식 양도차익의 규모가 큰데 평가손실 중인 다른 주식이 있다면 이 주식을 팔아서 ‘양도 손익 통산’을 통해 양도세를 줄이는 방법,


국세청 제공.



―연 250만 원의 양도세 기본공제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수익이 난 해외 주식을 연말과 연초에 분할 매도하는 방법 등도 제시했습니다.

증여 과정 없이 개인 계좌에서 쉽게 실행할 수 있는 절세법으로 탈세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방식들입니다.

국세청은 증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세금 부담 측면에서는 주가가 내려갔을 때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점 등도 함께 소개했는데요.

국세청 제공.


과세 기준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세금 문제를 떼놓고 생각하기 힘든 해외 주식 투자자라면 책자를 직접 보면서 세금의 관점에서 주식 투자를 한번 생각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책자는 국세청 홈페이지(https://www.nts.go.kr)에서 직접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