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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오염수 비판 문구’ 음료로 매출 400배 뛴 中회사, 조작 의혹

입력 | 2024-05-13 16:10:00

중국 밀크티 브랜드 샹퍄오퍄오 직원들이 일본에서 판매하는 자사 음료 슬리브(포장 띠)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비판 문구를 넣었다는 내용으로 공개된 사진. 웨이보 캡처


중국 한 밀크티 브랜드가 일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판 문구를 음료 포장지에 적어 판매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 매출이 400배 넘게 뛰었으나, 이후 반일 정서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4일 중국 밀크티 브랜드 샹퍄오퍄오 직원들이 자사 음료 슬리브(포장 띠)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관련 비판 문구를 넣어 일본에서 판매 중이라는 사진과 글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포장 띠에는 ‘일본 정치인들이 방사능 오염수를 마셔라’ ‘바다는 일본의 하수도가 아니다’ ‘0.1%의 육지가 70%의 바다를 오염시킨다’ 등의 문구가 중국어와 일본어로 적혔다.

이에 중국 소비자들의 열렬한 지지가 이어졌다. 회사가 지난 4~5일 진행한 라이브 방송 판매에서 음료 제품 6종 중 3종이 매진됐다. 하루 매출은 2500위안(약 47만 원)에서 100만 위안(약 1억8900만 원)으로 400배 뛰었다.

샹퍄오퍄오는 웨이보에 “우리 직원들은 대단하다”는 글을 올렸다. 샹퍄오퍄오 회장은 지난 5일 라이브 방송 판매 도중 “관련 직원들에게 10만 위안(약 1900만 원)을 포상하고 오늘 밤 8시부터 4시간 동안 판매된 제품 수익은 환경보호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높아진 중국인의 반일 정서를 겨냥해 기획된 쇼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공개된 사진에서 뒤쪽에 진열된 음료에는 해당 문구가 적힌 포장 띠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판매용이 아닌 사진 촬영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포장 띠가 있는 제품이 판매됐다고 알려진 일본 소매점 측은 “이런 슬리브를 끼운 음료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중국인을 위한 매장에만 포장 띠를 두른 제품이 진열돼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여론이 악화하면서 지난 7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21.13위안까지 급등했던 이 기업의 주가는 10일 18.44위안까지 하락했다.

‘중국 공산당의 입’으로 불리는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웨이보를 통해 샹퍄오퍄오가 중국 소비자들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기업이 일본에서 사진 게시용 제품을 준비해 놓고 중국 대중에게 판매 제품인 것처럼 꾸몄다며 “심각한 기업 윤리 위반”이라고 했다.

브라이언 웡 홍콩대 교수는 “상업적 민족주의의 한 예”라며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민족주의적 중산층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