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2대 국회의장 선거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2024.5.8.뉴스1
“추미애 당선인은 일종의 ‘대립군(代立軍)’이다. 이재명 대표 대신 전쟁에 나가 싸워줄 사람으로 선택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 의원은 16일 치러지는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사실상 추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대립군은 조선시대 때 남의 군역을 대신해 싸우는 군인을 의미한다.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 대표를 대신해 추 당선인이 최전선에서 정부여당과 싸워야 한다는 취지다.
애초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가 국회의장 선거에서 중립을 지키거나 ‘친명 좌장’이라 불리는 이 대표의 최측근이면서도 중도 이미지인 정성호 의원을 지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앞서 치러진 22대 첫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찐명’(진짜 친명) 박찬대 의원이 이 대표 주도로 단독 입후보하면서 ‘명심(이 대표의 의중)’ 논란이 제기됐던만큼 이번엔 몸을 사릴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다선, 나이에 따른) 순리대로’를 강조하며 추 당선인 지지 의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 선거도 ‘명심(이 대표의 의중)’에 따르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박찬대 “전반기 의장 돌격형 돼야”
사진=뉴시스
13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 중인 이 대표는 의장 선거와 관련해 “순리대로 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 선수가 가장 높고 나이가 두번째로 많은 추 당선인이 전반기 국회의장을 맡는 게 좋겠다는 취지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후보 등록일 직전 정 의원과 조정식 의원을 만나 불출마를 설득하는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뜻은 전반기 의장은 돌격형, 후반기 의장은 관리형”이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의 행보는 모두 이 대표의 뜻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추 당선인도 이날 친야 성향 방송인 김어준 유튜브에 출연해 ‘명심’이 자신에게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추 당선인은 “(이 대표가 내게) ‘이번만큼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있는 국회의장 선거가 있겠느냐. 그래서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히 이렇게 과열되니 우려가 많은 것 같다. 잘 좀 해주시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대표가 끝내 추 당선인 지지 의사를 굽히지 않자 정 의원은 결국 12일 후보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정 의원은 이 대표와 가장 가까운 관계이면서도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해 왔던 인물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비토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나는 당파성이 적은 사람”이라며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국회가 걱정된다”고 했다.
추 당선인과 마찬가지로 6선인 조 의원은 이 대표가 선수에 따른 관례를 언급한 만큼 후반기 의장을 노리고 추 당선인과 단일화 협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친명계 “秋가 싸워주는 게 대선서 유리”
이 대표가 추 당선인을 지지하고 나선 배경엔 22대 국회 초반부터 입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 국민 1인당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을 비롯해 은행·정유사의 과다 이익에 대한 ‘한시적 횡재세’ 도입, 서민금융 지원 등 ‘입법 전쟁’을 예고한 상태다. 22대 국회에서의 입법 실적을 기반으로 차기 대권 도전에 나서야 하는 이 대표가 자신의 입법 성과를 가장 강력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인물로 추 당선인을 낙점했다는 것. 친명계 관계자는 “사실 이 대표와 가까운 순서로 보면 정성호, 조정식, 우원식 의원 순이고, 추 당선인이 가장 멀다”며 “그러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입법 과제를 밀어붙이는 면에서는 추 당선인이 가장 확실한 카드”라고 했다.
추 당선인에 대한 강성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 역시 이 대표가 추 당선인 쪽으로 기우는 요인이었다는 해석이다. 당내 강경파 의원 모임인 ‘처럼회’도 이날 오찬 회동을 갖고 추 당선인 지지로 사실상 뜻을 모았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