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넘는 콘텐츠]〈7〉‘선재 업고 튀어’ 원작 비교 원작보다 10년 더 과거로 돌아가… MP3 문화 등 복고 시대 배경 살려 10대부터 30, 40대까지 사로잡아 온라인서 ‘선친자’ 팬덤 이끌며 열풍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고등학생 남주인공 류선재(변우석·오른쪽)가 파란색 우산을 씌워주자, 여주인공 임솔(김혜윤)이 선재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두 사람은 비가 오는 날이면 돌아가며 서로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tvN 제공
“어느새 빗물이 내 발목에 고이고. 참았던 눈물이 내 눈가에 고이고.”
2008년 비가 쏟아지는 고등학교. 남주인공 류선재(변우석)가 여주인공 임솔(김혜윤)에게 파란색 우산을 씌워주자 가수 윤하의 ‘우산’이 흘러나온다. 이 곡은 힙합그룹 에픽하이와 윤하가 2008년에 함께 불러 당시 각종 음악방송에서 1위를 휩쓸었다. 선재와 솔의 로맨스가 펼쳐지는 드라마에선 윤하가 2014년 리메이크해 부른 곡이 흘러나오지만, 2008년의 감성을 되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다.
이에 비해 드라마는 시대 배경에 더 집중했다. 솔은 스마트폰 대신 MP3 플레이어로 그룹 브라운아이즈의 ‘점점’(2002년), 가수 김형중의 ‘그랬나봐’(2003년)를 듣는다. 러브홀릭의 ‘러브홀릭’(2003년),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2009년)와 같이 당시 감성을 그득 담은 OST도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극에서 솔은 카페 ‘캔모아’에서 팥빙수를 먹으며 친구와 수다를 떤다. 선재의 ‘싸이월드’를 찾아가 일촌 신청을 한다. 당시 유행하던 컨버스 신발이나 시계 브랜드 지샥 손목시계도 감초로 등장한다. 2008년을 배경으로 한 만큼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선수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박태환도 나온다.
이런 복고 감성을 살린 미장센 덕에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8%를 기록했다. 온라인에선 ‘선친자’(선재에 미친 자)라는 강력한 팬덤도 생겼다. 실제로 하이틴 로맨스를 좋아하는 10, 20대뿐아니라 30, 40대 시청자까지 불러 모으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선재와 솔이 함께 우산을 쓰는 장면은 2002년 귀여니가 발표한 동명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늑대의 유혹’(2004년)을 생각나게 한다”며 “1980, 90년대가 배경인 ‘응답하라 시리즈’가 다루지 못한 2000년대를 노려 각색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분석했다.
드라마에서 솔이 과거 짝사랑한 김태성(송건희)이라는 캐릭터를 새로 만들어 삼각관계를 형성한 것도 원작과 다른 점이다. 원작에서 솔이 선재를 사랑하는 심리가 두드러진다면, 드라마에선 선재와 솔이 서로를 아끼고 지키려는 상호작용이 강조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이 따뜻한 사랑 이야기에 끌리는 점도 인기 이유”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