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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이유로 3급을 6급 자리에… “하급직 인사 부당”

입력 | 2024-05-14 03:00:00

도서관장 발령 내고 임금 삭감
노동위원회, 근로자 구제명령
“당사자와의 협의 부족도 문제”




임금피크제 대상이란 이유로 직원을 일방적으로 하급직 자리로 보내는 것은 ‘부당 전직’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의 한 도서관 사서는 전문직 3급인 대표도서관장으로 채용돼 일하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됐다. 임금피크제는 노사 합의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대신 일정 연령 이상인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도서관이 소속된 재단은 해당 사서의 임금을 일부 삭감하고 기존에 일하던 도서관보다 규모가 작고 과거 6급이 관장을 맡았던 다른 도서관 관장으로 일하게 했다. 그러자 해당 사서는 자신의 전직이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사용자인 재단 측은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서 임금이 줄어든 데 따라 주 2시간 단축 근무를 보장하기 위해 전직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서가 새로 맡은 도서관이 기존 도서관보다 규모가 작아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중노위는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며 이달 7일 도서관에 ‘30일 내 전직을 취소하고, 전직으로 줄어든 임금 차액을 지급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노동위의 구제명령을 기한 내 이행하지 않는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중노위는 재단에서 해당 근로자를 전직시키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새 직장의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업무량이 경감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3급 대표도서관장에서 6급이 맡았던 자리로 전직하는 건 당사자의 경력 관리 측면에서도 큰 불이익이라고 봤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노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임금 삭감에 대한 조치의 하나로 업무 강도가 낮은 부서로 전직시키는 경우 그 정당성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장은 “한국의 고령층 노동시장 참가율이 높아지면서 노동 분쟁 발생이 증가하고,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대응해 앞으로도 고령 근로자의 권리 구제와 공정 질서 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