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정보원 ‘식품업 고령 고용가이드’ ■계속고용 제도로 인력난 해소 ‘생산성 부족’ 응답 20~30% 뿐… “퇴사율 낮고 관리 비용도 적어” ■역량 위주로 선발 계획 세워야 생산라인일 땐 자격증-경험 우대… 숙련도 반영한 직무 재설계 필요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구인난이 심각해지면서 고령 근로자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특히 지방에 공장이 있어 직원 구하기가 더 어려운 식품 제조업의 경우 건강하고 역량 있는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거나, 새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고령 근로자를 어떻게 채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최근 식품산업협회의 요청을 받고 ‘식품업종 고령 인력 고용가이드’를 발간했다. 특정 업종의 고령 인력 관련 고용가이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이드에 담긴 내용을 중심으로 고령 인력 채용과 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살펴봤다.
● “고령자, 청년보다 생산성 높거나 비슷”
계속고용이란 60세 정년 제도를 둔 기업이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정년을 맞은 근로자를 재고용 등의 방식으로 계속 고용하는 것이다. 계속고용 기업의 75.3%는 재고용을 택했고,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한 기업은 각각 15.6%, 9.1%였다.
2020년 정년을 65세로 연장한 한 식품기업의 인사담당자는 “구인이 어렵고 숙련공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직원이 계속 일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정년을 늘렸다”고 했다. 다른 기업 관계자도 “업무에 익숙한 인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며 “정년 후 본인이 계속 근무하길 원하면 바로 기간제로 채용하고, 퇴직한 경우 생산 일정이 몰리는 시기에 전화해 기간제로 입사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본다”고 말했다.
고용정보원은 고령 인력을 채용할 때 특성과 장점을 잘 이해하고, 필요 역량 중심으로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채용 기준을 만들 때 해당 직무가 고령자가 하기 적합한지 먼저 파악하고,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이나 기술·자격이 필요하면 이를 보유한 사람을 우선 채용하는 게 서로에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생산보조 직무에 주로 55세 이상을 채용하는데, 필요한 자격증 소지자나 제조업체 생산라인 근무 경력이 있는 사람을 우대한다”고 말했다.
고령 직원에겐 더 적합한 업무를 맡기는 등의 직무 재설계도 필요하다. 생산 현장에서 오랜 경험과 숙련을 갖춘 고령 근로자에게 교육과 멘토링 역할을 맡기거나, 기업과 제품에 대한 이해가 높은 고령자에게 고객 응대나 상담을 맡기는 식이다. 직무 재설계를 진행한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고객상담은 경력이 짧은 신입보다 경험이 많은 고령자가 더 잘할 수 있다”며 “강경한 고객을 만났을 때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영중 고용정보원장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노동시장에서 고령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오래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고용가이드 발간이 식품기업에서 우수한 고령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근무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