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실 사업장 정리 유도”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최대 23조 원 규모의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선다. 민간에선 은행과 보험업권이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조성해 ‘좀비’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고, 공공에서도 1조 원대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펀드에 우선매수권을 도입해 자금 집행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1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관계기관 합동으로 이런 내용의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사업성 평가 강화를 통해 PF 사업장의 옥석을 가리고, 일부 부실 사업장의 재구조화·정리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했다. 이 중 최저 등급인 ‘부실 우려’로 분류되면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쌓게 했다. 사실상 사업장 정리(경·공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구조조정(유의·부실 우려 등급) 대상 사업장 규모는 전체의 5∼10%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말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의 규모(230조 원)를 고려하면 최대 23조 원에 달한다.
7조규모 부실 PF 사업장 퇴출 수순, 정상 사업장엔 추가자금 공급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
사업성 평가로 옥석가리기 세분화… 만기 4회 연장-경·공매 3회 유찰땐
‘부실 우려’ 평가… 사업정리 유도
은행-보험권 최대 5조 뉴머니 투입… 금융사 손실 임직원 면책범위 확대
사업성 평가로 옥석가리기 세분화… 만기 4회 연장-경·공매 3회 유찰땐
‘부실 우려’ 평가… 사업정리 유도
은행-보험권 최대 5조 뉴머니 투입… 금융사 손실 임직원 면책범위 확대
● 7조 원 규모 부실 사업장 정리 압박
이에 따라 기존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로 분류된 기존 사업성 평가등급에서 ‘악화 우려’가 두 개 등급으로 세분화된다. 악화 우려 사업장은 사업 진행 지연 등의 이유로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곤란한 곳을 뜻하는데, 이를 사업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는 ‘유의’와 추가 사업 진행이 곤란한 ‘부실 우려’로 나누는 것이다. 부실 우려의 경우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비율이 최대 75%(악화 우려는 20∼30%)까지 늘어 금융사 부담이 급증한다. 그만큼 경·공매를 통한 PF 사업장 정리 압박도 커진다.
금융사들은 다음 달부터 새로운 기준에 따라 PF 사업장을 재평가하게 된다. 금감원은 7월부터 사후 관리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 은행·보험권, 최대 5조 원 ‘뉴머니’ 투입
민간·공공 차원의 금융 지원도 이뤄진다. 은행·보험업권 10개사는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부동산 PF 경·공매 매입 자금을 공동으로 대출해주는 1조 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한다. 상황에 따라 최대 5조 원까지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해 새마을금고에 지원한 1조1000억 원에 더해 올해 새마을금고와 저축은행업권에서 4000억 원 규모의 부실 채권을 추가 인수하기로 했다.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사업장에는 추가 자금 공급에 나선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PF 사업자 보증(30조 원 규모)을 포함해 총 56조 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고 여전히 32조 원 규모의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도 마련된다. 부실 사업장에 금융사가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경우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손실 발생 시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면책 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PF 부실이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기 전에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브리지론 같은 고위험 PF 대출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 금융·건설사는 큰 타격이 있겠지만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