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답변을 추가함에 따라서 웹 게시자들은 ‘대학살(carnage)’에 대비해야 한다.”(미 워싱턴포스트)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 검색 결과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답변을 추가한 것에 대해 웹 창작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용자의 질문에 구글이 각종 웹사이트에 나온 정보를 모아 요약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원 게시글로의 방문자 수가 급감해 트래픽(이용량)에 의존하는 웹 창작자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구글의 연례 개발자 회의(I/O·Input/Output)를 하루 앞두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거대 기술 기업이 I/O를 준비함에 따라 창작자들은 AI를 통합한 새로운 검색 도구의 범위가 확장되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생성형 AI 검색 도구인 SGE를 통한 기후위기의 원인과 영향 검색 결과. AI를 통해 요약한 답변이 제시되고, 화살표 형태의 버튼을 누르면 원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 구글 캡처
논란이 되는 AI 검색 도구는 구글이 지난해 5월 I/O에서 공개한 ‘SGE(Search Generative Experience)’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SGE는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그에 해당하는 답을 제시한 뒤 하단에 답변의 출처가 되는 원 게시물 링크를 제공한다. 링크는 열림 버튼을 누르면 볼 수 있다.
이용자 유입을 구글 검색에 의존하는 유명 음식 레시피 블로거 킴버 매서른 씨는 WP에 “구글의 목표는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최대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면서도 “그 정보를 만드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은 세상에 해가 되는 일이다”고 우려했다. 구글의 SGE로 인해 이용자들이 블로그에 접속하지 않게 되면서 트래픽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래픽이 줄어들 경우 웹 창작자들은 광고 등을 통한 수익 창출이 어려워진다.
실제로 미 테크 리서치 업체 가트너는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웹으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2026년까지 2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웹사이트에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랩티브는 “웹 창작자들은 트래픽의 최대 3분의 2를 잃을 수 있으며, 창작자들의 손해가 2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SGE 등 생성형 AI가 작성하는 답변이 원 창작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만들어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WP는 “오픈AI,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의 AI는 원작자에게 돈을 지불하거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스크랩한 수백만 개의 뉴스 기사, 블로그 게시물 등을 학습한다”며 “이는 법적 문제에도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의 SGE가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클 산체스 랩티브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공평한 경쟁의 장이 아니었던 인터넷이 장기적으로 생존까지 위협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고 WP에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