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때쯤 유튜브로 영어를 공부하는 많은 한국인은 제일 좋아하는 원어민 선생님을 잃었다. 그 선생님은 2011년부터 ‘잉글리쉬 인 코리안’이라는 인기 채널을 진행했던 미국인 마이클 엘리엇이었다. 잉글리쉬 인 코리안의 구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겨우 몇 살 위였던 마이클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영어 원어민으로서 영어를 가르치는 유튜브 채널을 볼 이유가 별로 없어서 마이클을 선생님으로 아는 것이 아니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그에게서 배운 것은 적지 않았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저자
그때 그는 이미 한국에서 팬이 많은 유명인이었지만 미국인인 나는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한국어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됐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 가게 됐고, 마이클에게 내가 그 당시 진행했던 팟캐스트에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녹음한 지 거의 10년 된 그 인터뷰의 내용은 향후 10년 동안 자주 생각이 났다. 예를 들면 그가 사용했던 몇 가지 특이한 한국어 공부 방법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는 그가 어학원에서 초급과 중급 그리고 고급 한국어 수업을 오랫동안 동시에 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를 가르치고 싶었음에도 마이클은 학원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학원과 학교도 영어를 올바르게 가르치지 않는다며 지적했다. 엄밀히 말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진짜 영어가 아닌 영어 시험을 위한 기술이라고 했다. 나는 한국 영어 교재를 보면서 미국인도 모르는 문법 규칙과 미국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표현이 왜 그렇게 많을까 의아했던 적이 있다. 언어 그 자체가 시험보다 우선시되어야 하지만 시험을 바탕으로 한 경쟁이 심화된 한국에서는 주객이 전도된 셈이라고 생각했다. 영어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접근하면 시험도 자연스럽게 잘 볼 수 있을 텐데, 영어를 시험 과목으로 공부하면 완벽한 점수를 받을지라도 살아가면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추어지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어쩌면 수능에서 영어를 빼버리면 한국인들이 영어를 더 잘 배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마이클은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들에게 현실에서 듣거나 읽는 것을 교과서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튜브에서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도 가르쳤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기도 했다. 한국어든 영어든 유용한 언어를 구사하고 싶으면 단어와 문형을 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원어민들이 그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부단한 노력을 할 의지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 평생 과업일 수 있지만 반대로 그 끊임없음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나는 그가 마지막까지 한국어 못지않게 영어 실력도 계속해서 향상시켰음을 확신한다. 잉글리쉬 인 코리안의 시청자들은 마이클의 유창한 한국어를 후하게 칭찬했지만 그의 영어 솜씨 또한 보통 미국인보다 세련된 것을 알 수 있었을까? 어쩌면 유창한 영어 웅변술 훈련 결과가 그에게는 외국어인 한국어에도 배어 한국인들에게 잘 전달된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한대도 완벽주의자인 그의 수준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가 남긴 약 600편의 동영상은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과 앞으로 한국어를 꾸준히 배워갈 나에게 계속 깊은 지식과 영감을 줄 것이다.
콜린 마샬 미국 출신·칼럼니스트·‘한국 요약 금지’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