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정부의 총지출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3월 한 달 동안 85조1000억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3월 72조2000억 원보다는 17.9%, 코로나19 이전인 5년 전과 비교하면 73.7%나 많다. 서민 체감경기 개선을 위해 재정을 조기 집행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재정을 공격적으로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인 212조2000억 원을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조4000억 원을 더 썼다. 정부는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조기 집행을 강조하며 상반기에 예산의 65%를 쓰겠다고 했다. 정부 지출은 늘었지만 재정이 효과적으로 집행됐는지는 점검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분기 경제성장률 1.3% 가운데 정부 기여도는 0.0%포인트에 그쳤다.
나라살림은 빠듯한데 씀씀이가 커지면서 자칫 하반기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 지난해 56조 원에 이르는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끌어 쓴 급전이 3월에만 35조 원이 넘는다.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3월까지 75조3000억 원 적자였다.
재정 여건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총선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내세웠던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풀자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정부도 기초연금을 임기 내 40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래서는 나라살림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정부는 이달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재정 현실을 꼼꼼히 따지고 건전 재정 의지를 재차 천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