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구매량따라 이벤트 기회 주고 수록 굿즈 미끼로 대량구매 부추겨 응모권 챙긴 뒤 쓰레기더미 전락 ‘판매량 1억장’ 뒤엔 상술의 그늘
그룹 세븐틴의 새 앨범 ‘17 IS RIGHT HERE’. 9년간의 활동을 담은 CD 2장과 가사집, 포토카드와 포토북 등이 들어간 디럭스 버전이다.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받을 수 있는 다른 버전과 달리 멤버 13명 전원의 포토카드가 한 장씩 들어 있고, 가격은 8만5800원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K아이돌의 희귀 포토카드, 팬미팅 참여 등을 미끼로 같은 앨범을 다량으로 사게끔 유도하는 국내 음반 기획사의 판매 전략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조차 본사인 하이브의 ‘랜덤 포토카드’ 등 판매 전략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음반 판매량은 급성장하고 덩달아 기획사의 매출도 급증했지만 ‘팬심을 이용한 상술’로 시장 왜곡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음반을 더 비싸게, 더 많이 팔려고 하는 마케팅 기획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달 29일 발매된 그룹 세븐틴의 베스트 앨범 ‘17 이즈 라이트 히어(17 IS RIGHT HERE)’는 CD 2장이 동일하게 들어 있지만 선물 구성품이 다른 앨범을 6종류로 나눠 판매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앨범인 ‘위버스 버전’(1만4500원)에 비해 구성품이 다양한 디럭스 버전(8만5800원)의 가격은 6배 가까이 된다. 앨범에 든 수록곡은 똑같지만, 버전마다 랜덤 포토카드의 종류와 굿즈가 다르다. ‘원하는 카드를 뽑을 확률’을 위해 더 지출하게 만드는 것. 랜덤 카드가 아닌 멤버 전원의 포토카드가 들어 있는 ‘안전한 선택’을 하려면 가장 비싼 디럭스 버전을 사야만 한다.
일본 도쿄 시부야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세븐틴의 다른 구성물의 앨범(약 1만9500원).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한 뒤 박스 등을 버리고 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X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팬들의 사랑을 볼모로 삼아 앨범을 과도하게 판매하고 판매량을 부풀리는 시장 교란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앨범 판매량을 위해 아티스트들을 소모시킬 게 아니라 새롭고 수준 높은 음악을 위해 K팝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