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손흥민’을 꿈꾸다 음주 교통사고로 뇌사에 빠진 뒤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진호승 씨(사망 당시 22세)를 차로 친 운전자가 상습 음주범으로 확인됐다. 그는 과거에도 음주운전으로 처벌된 전력이 있었지만, 진 씨를 숨지게 한 뒤 법원에 반성문을 35차례 제출한 끝에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피고인으로선 비교적 가벼운 처벌인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 재판부 “잘못 깊이 뉘우친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모 씨는 2022년 9월 20일 오전 2시 10분경 경기 수원시의 한 편도 2차로에서 술에 취한 채 화물차를 몰다가 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던 진 씨를 들이받았다.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9%로, 면허 취소 기준(0.08%)보다 높았다.
진호승 씨는 2022년 9월 음주운전 사고를 당한 후 뇌사 상태에서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진 씨가 고교 2학년 때 학교 유니폼을 입고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그런데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은 지난해 3월 김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위험운전치사 및 음주운전 경합범의 양형 기준을 고려했을 때 그리 무겁지 않은 처벌이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음주 또는 약물을 한 뒤 사람을 치어 죽이는 범죄인 위험운전치사는 기본 징역 2~5년의 범위에서 선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음주운전 역시 별개의 범죄로 보아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자기 잘못을 깊이 뉘우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김 씨는 재판 과정에서 넉 달간 하루에서 보름 간격으로 반성문을 총 35차례 제출했는데, 이런 점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김 씨는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지난해 4월 항소장을 냈다가 이를 철회했고, 검찰도 항소하지 않아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 음주운전자 절반은 재범… 처벌 강화해도 재범률 제자리걸음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음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4월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른 음주운전 양형기준을 신설하는 등 강화된 양형기준을 마련해 같은 해 7월부터 시행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었던 운전자에게는 기본 징역 8개월~2년 혹은 벌금 1000만~1700만 원을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경찰청 공공정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재범률은 42.3%(5만5007건)로 5년 평균 재범률(43.6%)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진 씨의 가족들은 사망한 진 씨의 심장과 췌장, 좌우 폐, 콩팥, 안구 등을 7명에게 기증했다. 진 씨 어머니는 “얼마 전 아들이 꿈에 찾아와 ‘잘 지내고 있으니 엄마도 잘 지내라’며 안아줬다”며 “엄마도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늘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 “정말 고마웠고 사랑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