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이자 이바나 헬싱키 창립자인 피르요 수호넨(Pirjo Suhonen)이 14일 서울 성북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열린 ‘행복한 아이의 비밀(Onnellisten lasten salaisuudet)’ 한국어판 출간 기념 북토크에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뉴스1)
15일 국내에 양육서 ‘행복한 아이의 비밀’(토일렛프레스)을 펴낸 핀란드 작가 피르요 수호넨(51)은 1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 부모들이 획일적인 성공 기준에 갇혀 있는 탓에 아이를 낳으면 성공할 확률이 낮고, 이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이 평생 낳을 평균 출생아 수)이 0.72명까지 추락했다고 전하자 그는 “놀랍다. 믿을 수 없이 낮은 수치”라고 했다.
그는 한국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높은 기대치, 한국 사회의 높은 성과주의가 출산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한국에선 부모가 서울대를 나오면 아이도 서울대를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 한국에 만연한 성과 지상주의를 없애지 않으면 출산율은 오르지 않을 겁니다.”
신간에서 핀란드 전문가들은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부모와 비교해서 못난 부모라고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수호넨 씨는 “한국처럼 서로를 비교하는 사회에서 부모들에게 죄책감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라며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핀란드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칭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얼마나 자주, 구체적으로 아이를 칭찬했는지, 칭찬보다는 고칠 것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라는 것이다. 수호넨 씨는 “한국 부모들은 아이 기를 살려주기 위해 ‘잘생겼다’, ‘똑똑하다’ 등 무조건 칭찬을 많이 한다”며 “만약 그림을 잘 그렸다면 색감, 구도 등 어떤 점이 훌륭했는지 구체적으로 칭찬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신간은 아이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물론 이런 교육법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본을 잘 지키는 육아법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핀란드가 ‘행복한 나라’ 1위로 7년 연속(2018~2024년) 꼽힌 것에 ‘핀란드 교육’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올해 52위였다.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저도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어요. 아이에게 너무 ‘오냐오냐’하고 있는지, 반대로 어떤 때는 지나치게 엄하게 대하고 있는 게 있는지 궁금했죠. 한국 독자도 아이를 잘 키우는 방식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당신부터 먼저 인생을 즐기세요. 아이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그래야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