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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나온 부모들, 아이도 보내고 싶죠? 그 마음 버려야 합니다”

입력 | 2024-05-16 03:00:00

양육서 ‘행복한 아이의 비밀’ 쓴 핀란드 워킹맘 피르요 수호넨
“아이의 사회적 성공과 행복은 달라
韓, 성과주의 벗어야 출산율 오를 것
칭찬은 구체적으로, 함께 시간 보내길… 완벽한 부모 되려는 마음, 도움 안돼”



14일 서울 성북구 주한 핀란드대사관저에서 열린 북토크에 참가한 핀란드 작가 피르요 수호넨이 양육서 ‘행복한 아이의 비밀’을 든 채 발언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양육법이 옳지 않았다며 죄책감에 사로잡힌 부모, 반대로 자신의 양육법만 옳다며 소리 높여 갑론을박을 벌이는 독단적 부모가 많다”고 했다. 뉴스1


“한국 부모들은 아이가 사회적으로 성공해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이 다양한 핀란드 부모와 사고방식이 다릅니다.”

15일 국내에 양육서 ‘행복한 아이의 비밀’(토일렛프레스)을 펴낸 핀란드 작가 피르요 수호넨 씨(51)는 1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나 이렇게 말했다. 한국 부모들이 획일적인 성공 기준에 갇혀 있는 탓에 아이가 그 기준에 맞는 성공을 할 확률이 낮고, 이 때문에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부모들의 아이에 대한 높은 기대치, 한국 사회의 높은 성과주의가 출산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한국에선 부모가 서울대를 나오면 아이도 서울대를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또 한국에 만연한 성과 지상주의를 없애지 않으면 출산율은 오르지 않을 겁니다.”

그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 이바나헬싱키의 설립자이자 12세짜리 딸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이바나헬싱키 한국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한국을 수차례 오가던 중인 2018년 한국 사업가에게 “당신을 비롯해 핀란드 부모들은 아이의 행복만 중시하고, 성공엔 관심이 없는 게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왜 한국과 핀란드 부모들의 생각이 다른지를 고민하다 소아정신과 전문의, 특수교육학과 교수 등 핀란드 교육·심리 전문가 12명을 인터뷰해 핀란드식 교육법을 담은 신간을 썼다.

신간에서 핀란드 전문가들은 “완벽한 부모가 되려 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다른 부모와 비교해서 못난 부모라고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라는 것이다. 수호넨 씨는 “한국처럼 서로를 비교하는 사회에서 부모들에게 죄책감은 피할 수 없는 감정”이라며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핀란드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칭찬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얼마나 자주, 구체적으로 아이를 칭찬했는지, 칭찬보다는 고칠 것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라는 것이다. 수호넨 씨는 “만약 그림을 잘 그렸다면 색감, 구도 등 어떤 점이 훌륭했는지 구체적으로 칭찬을 해야 한다”고 했다.

신간은 아이를 독립된 존재로 인정하고 함께 놀며 시간을 보내라고 조언한다. 물론 이런 교육법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기본을 잘 지키는 육아법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간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핀란드가 ‘행복한 나라’ 1위로 7년 연속(2018∼2024년) 꼽힌 것에 ‘핀란드 교육’의 영향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올해 52위였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답했다.

“당신부터 먼저 인생을 즐기세요. 아이를 위해 희생하지 마세요. 그래야 아이도 행복해집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