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와 조지는 영국의 대표하는 아티스트 듀오다. 두 사람은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반세기 넘게 해왔다. 이들에게 명성을 안겨준 첫 작품은 ‘노래하는 조각’(1969년·사진)이다. 스스로 살아 있는 조각을 자처한 퍼포먼스다. 이들은 왜 예술가가 아닌 예술작품이 되려고 했을까?
길버트 프로에시는 1943년 이탈리아에서, 조지 패스모어는 1942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은 각자 미술 공부를 한 후 1967년 9월 25일, 런던의 미술 명문 세인트 마틴 미술학교에서 운명적으로 처음 만났다. 둘 다 조각 전공 학생이었다. 이들이 친해진 이유는 이탈리아에서 온 길버트의 서툰 영어를 조지만이 알아들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첫 만남 이후 60년 가까이 아티스트 듀오로 살아온 이들은 여느 금실 좋은 부부처럼 항상 사이좋게 붙어 다닌다. 밥을 먹을 때도 산책할 때도 전시장에서도 심지어 작품 속에서도 늘 함께 있다.
‘노래하는 조각’은 두 사람의 첫 공동 작품이었다. 돈도 화상도 후원자도 없던 이들이 가진 건 몸뚱이와 ‘똘끼’뿐. 자신들의 손과 얼굴에 금속성 페인트를 칠하고 영국 신사를 상징하는 정장 차림으로 테이블 위에 올라서서 태엽 인형처럼 몸을 움직이며 무표정한 얼굴로 ‘아치 아래에서’라는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퍼포먼스였다. 가난한 미대 졸업생이었던 두 사람에게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곳은 서로의 몸뿐이라는 처절한 각성에서 나온 작품이었다.
이은화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