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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집 앞 시위 중 쓰레기 투기-흡연… 주민 “중단” 호소[자동차팀의 비즈워치]

입력 | 2024-05-16 03:00:00

노동자들 KG회장에 보상금 요구
고통받는 이웃들, 경찰서에 탄원서
“주택가 집회 제도 개선” 목소리



지난달 서울 강남구 곽재선 KG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전 쌍용자동차 노동자 4명이 “부당 해고에 따른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기업 총수의 자택 앞은 단골 시위 장소로 꼽힙니다. 기업 활동과 연관된 자신의 주장을 알리는 데 이만큼 효과적인 장소는 없다고 본 거겠죠. 그런데 이 중엔 주민들에게 불안감과 불편함을 안기는 ‘민폐 시위’도 많습니다.

‘옥쇄 파업’이 있던 2009년 해직된 전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노동자 4명은 3월 27일부터 서울 강남구 곽재선 KG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당시 해고가 부당하니 한 명당 10억 원이 넘는 보상금을 달라는 겁니다. 이들은 2015년부터 쌍용차가 해고 노동자 161명을 복직시킬 당시 복직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KG그룹 측은 해고 시점이 KG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이라 들어줄 명분도 없고, 회사 경영과 상관없는 금전을 제공하면 업무상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 시위로 덩달아 고통을 받는 건 이웃 주민들입니다. 이웃 주민 20명은 지난달 17일 “쓰레기 무단투기와 흡연 등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행위를 하고 있다”며 시위 중단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서울 수서경찰서에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이달 2일 집회 활동을 신고 장소로만 한정하는 ‘집회 제한 통보’를 내렸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곽 회장은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2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선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변경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고성방가를 동반한 시위를 벌였습니다. 법원은 당시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낸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정당한 권리 행사의 범위를 넘어 사회적 상당성을 결여한 행위”라며 대부분 인용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그해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의 자택 앞에서도 단체 시위가 열렸습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조에는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는 이 법의 목적이 명시돼 있습니다. 시위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퇴색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주택가 집회’에 대한 사회적 합의 및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