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동안 부처-지자체 규제 숫자 모두 늘어 규제 총량 측정해 줄이도록 관료 독려해야 등급도 나눠 개혁 시급한 규제 별도 관리를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규제거버넌스연구소장
규제개혁은 역대 모든 정부가 강조했던 국정과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대불공단 옆 전봇대 때문에 트럭 운행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이른바 ‘규제 전봇대 뽑기’라는 용어를 회자시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규제를 ‘손톱 밑 가시’라고 표현하며 청와대에서 7시간에 걸친 마라톤 규제개혁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유명하다. 문재인 정부도 규제개혁 없이 혁신성장은 불가능하다며 규제샌드박스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규제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규제개혁이 국가성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국정 3년 차에 접어든 현 시점에서 평가해 보면 과연 정부가 규제개혁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었던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필자가 소장으로 있는 연세대 규제거버넌스연구소가 동아일보와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 솔루션 기업 씨지인사이드의 협조를 받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규제 총량(숫자)이 모두 정부 출범 초기보다 증가했다. 중앙부처 43곳 중 정부 출범 이후 규제가 줄어든 곳은 기상청이 유일하다. 광역지자체와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를 모두 포함해서 보더라도 동일 기간 규제가 줄어든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실 규제 총량을 숫자로 정확하게 헤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다만 일관된 기준에 따라 정부 출범 초기와 현재 시점의 규제건수를 각각 세어 보았을 때 그 숫자가 늘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국회와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이번 정부에서 총 223건의 규제혁신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이 중 125건만 통과되고, 나머지 98건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기에는 정부에서 특별히 강조한 ‘6대 킬러규제 법안’ 중 2건도 포함돼 있다. 21대 국회가 처리하지 못한 법안들은 5월 30일에 자동으로 폐기된다. 폐기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려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정부는 남은 3년 동안 실질적 규제 완화를 실현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규제 총량에 대한 관리를 부활시켜야 한다. 규제 총량에 대한 관리는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규제등록제를 실시한 이후 많은 정부에서 추진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부는 규제 총량에 대한 관리를 중단했다. 물론 규제의 총량을 숫자로 측정한다는 것이 정확할 리가 없다. 그러나 일관된 기준에 따라 규제 총량을 측정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추구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즉, 규제 총량에 대한 관리를 포기하는 순간, 대통령은 관료와 지자체를 독려할 명분과 동력을 잃게 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의 주장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물론 규제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규제의 총량을 관리함에 있어서 규제의 등급을 나누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임기 내 반드시 개혁해야 할 규제 목록을 만들어서 그 숫자를 별도로 관리하는 식이다. 또한, 현재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규제와 다를 바 없는 규정도 ‘준규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입법부, 사법부, 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 등에서 제정한 규정들도 모두 포함될 것이다.
지자체들이 스스로 ‘손톱 밑 가시’를 뽑아내도록 유인할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는 지역별 규제상황을 평가하여 지자체별 실태를 비교·분석한 ‘전국규제지도’를 발표한 바 있다. 정부가 지자체별 규제 총량을 관리하며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할 경우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규제거버넌스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