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흡연폐해실험실’ 가보니 해로운 성분-체내 니코틴 농도… 전자담배 중금속 노출 등 연구 담배가 주는 영향 데이터로 산출… “유해성 은폐하는 마케팅 주의를”
8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 흡연폐해실험실에서 연구원(오른쪽)이 액상형 전자담배의 성분 분석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질병관리청 흡연폐해실험실.
연구원이 가느다란 스포이트를 전자담배 액상 용기 안에 넣었다. 끈적한 액체가 스포이트에 담기자 희석을 위해 파란색 실험용 유리관을 꺼냈다. 눈금을 관찰하며 액상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자 담배 성분 분석기 모터 소리가 들렸다. 이어 분석기와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에 성분 분석 결과가 그래프로 나타났다.
이날 시연한 액상 전자담배에선 프로필렌 글리콜, 글리세린, 니코틴 순으로 유해성분이 검출됐다. 나경인 질병청 보건연구관은 “몸에 니코틴이 더 잘 흡수되게 하는 프로필렌 글리콜 성분이 액상담배에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에도 니코틴이 포함된 만큼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피울 때 인체에 누적되는 중금속의 성분을 분석하는 기기. 중금속 측정은 환경에 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최대한 외부 변수를 차단한 공간에서 실험이 진행된다. 질병관리청 제공
질병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담배 폐해 기획보고서: 신종 담배 소개’ 보고서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청소년들의 흡연 가능성을 3∼6배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민경 인하대 의대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들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액상형이나 궐련형 전자담배가 건강에 덜 유해하다는 공인된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민선녀 질병청 건강위해대응과장은 “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산출하는 질병청 흡연폐해실험실은 WHO의 공인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담배의 유해성 성분 분석 기법 등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