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지상전땐 중단” 일주일만에 탱크 탄약 등 대규모 지원 추진 “지지율 하락 바이든, 유대계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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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의 무기를 이스라엘에 지원하는 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4일 보도했다. 앞서 8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전면 지상전을 실시한다면 미국의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상반된 행보다. 이에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집권 민주당의 전통 지지층이자 자금력이 막강한 유대계 유권자를 의식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익명의 의회 관계자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탱크 탄약, 전술 차량, 박격 포탄 등 10억 달러의 무기를 지원하는 안을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라파에서의 전면 지상전을 고집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갈등이 커지는 것을 꺼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군은 6일 라파에 탱크를 진입시키고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검문소도 장악했다. 민간인 희생이 커질 것을 우려한 미국은 거세게 반발했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또한 8일 “이스라엘에 보낼 일부 무기의 선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이스라엘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유대계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13일 라파에서는 인도 국적의 유엔 직원 한 명이 차량 이동 중 피격돼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길라드 에르단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15일 유엔 산하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와 하마스의 유착 의혹을 거론하며 “유엔이 하마스의 협력자”라고 주장했다.
15일 ‘나크바(대재앙)’ 76주년을 앞두고 반(反)이스라엘 여론 또한 고조되고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당시 7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지를 잃고 난민으로 전락한 사태를 뜻한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라파 전면 지상전 시도로 이미 45만 명의 주민이 라파 일대를 떠났다며 현 상황을 ‘제2 나크바’로 규정하고 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