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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 없는 간호대 증원, 의대 증원과 두가지가 달랐다 [기자의 눈/조유라]

입력 | 2024-05-16 03:00:00

정부, 수개월前 1000명 숫자 제시
3차례 논의 거쳐 전문위서 합의



조유라·정책사회부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법원의 집행정지 항고심 결정을 앞두고 증원 규모 결정 과정에 대한 정부와 의사단체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올 2월 6일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이틀 만에 간호대 정원 1000명 확대도 결정됐다. 그런데 왜 간호대에선 증원 후폭풍이 없었을까.

정부는 2월 8일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대한간호협회, 대한병원협회, 그리고 환자 및 소비자 단체가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산하 간호인력 전문위원회에서 세 차례 논의를 거쳐 증원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보정심 산하에 전문위를 운영한 건 의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의사인력 전문위가 9차례 열렸고, 이와 별도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양자 협의도 28차례 이뤄졌다. 정부와 전문가, 의사단체가 37차례 만났지만 증원을 해야 하는지조차 정하지 못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선 의사단체와 간호사단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사인력 전문위와 간호인력 전문위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각각 5명씩 참여한다. 하지만 간호사의 경우 의견 일치가 쉽게 이뤄지는 반면 의사는 병원장, 의대 교수, 개원의, 전공의 등의 이해관계가 다르다 보니 의견이 통일되지 않은 채 1년 넘게 시간만 지났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전문위와 의협 협의를 모두 건너뛰고 2월 6일 보정심 회의에서 증원을 결정했다.

그렇다고 정부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간호대 증원 발표 수개월 전부터 전문위 회의에서 ‘1000명’이란 숫자를 제시하고 관계자 의견 수렴 및 토론을 거쳤다. 한 전문위 참석자는 “여러 안을 두고 논의하던 중 복지부가 1000명 증원을 들고나왔다. 위원들이 논의 끝에 찬성해 결정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복지부는 의사단체와의 협의에선 증원 규모를 한 번도 제시하지 않다가 보정심 회의에서 갑자기 ‘2000명’을 언급했고 한 시간 만에 회의를 끝내고 확정 발표했다.

정부가 먼저 의대 증원 규모의 범위라도 제시했다면, 그리고 의사들이 이를 바탕으로 통일된 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면 지금의 의료공백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의료공백 100일을 앞두고 새삼 아쉬운 대목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