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金 녹취파일 확보해 수사 착수… 17시간만에 출석 “블박 카드 없다” 사고 직전 유흥주점 방문도 확인… 매니저, 金과 같은 옷 입고 거짓자수 소속사 “공연 일정 변동없이 진행”
뺑소니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매니저에게 ‘사고를 냈다.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소속사 측은 매니저에게 대신 출석을 요구한 것은 소속사 대표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경찰이 수차례 출석을 요구하기 위해 연락했지만 17시간 만에야 모습을 드러냈고, 차량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도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가 사고 전 유흥주점에 갔던 점도 파악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강제수사로 전환해 김 씨의 행적과 ‘운전자 바꿔치기’의 경위를 재구성하고 있다.
● 매니저에게 ‘대신 출석해달라’ 이후 “블랙박스 없다” 주장
김 씨 소속사 대표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운전자 바꿔치기는 내가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씨 소속사 관계자는 “지금 (운전자 바꿔치기를) 김 씨가 시킨 게 아닌데 마치 김 씨가 한 것처럼 몰리고 있다”라며 “(운전자 바꿔치기 결정은) 아티스트(김 씨) 보호 차원에서 나온 판단이었지만 미숙한 오판이었고 과잉보호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고 모든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매니저를 조사한 후 김 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으로 여러 차례 직접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씨는 사고 발생 약 17시간 만인 10일 오후 4시 반경에야 경찰서에 찾아갔다. 경찰이 차량 블랙박스의 메모리카드를 요구하자 김 씨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사고 전 주점 방문… “모든 수단 동원해 조사”
김 씨 측은 사건이 알려진 뒤 “음주운전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0일 경찰이 음주 측정기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했을 때도 면허정지(0.03%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통상 음주 이후 8∼12시간이 지나면 날숨을 통한 음주 측정으로는 사고 당시 음주 여부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다.
경찰은 14일 김 씨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는 등 강제수사에 나섰다. 김 씨와 매니저의 통화 녹취파일 외에도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통상 시일이 경과한 뺑소니 사고를 수사할 땐 피의자의 차량 내비게이션 기록이나 들렀던 장소의 CCTV, 신용카드 사용 명세, 목격자 조사 등으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김 씨 소속사 관계자는 “김 씨가 (사고 당일) 지인들과 주점에 갔던 건 맞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라며 “매니저에게 경찰서에 가달라고 한 건 사고 처리를 부탁한 것일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씨는 사고 이후인 11일과 12일에도 예정된 공연을 했고, 추후 공연 일정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2020년 한 트로트 경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악 창법으로 노래해 ‘트바로티’(트로트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 김 씨는 2021년 인터넷 불법 사이트를 이용해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