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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 조사기관들은 연 15조 원대의 디저트 시장이 올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가격 대비 다채로운 디자인을 뽐내는 디저트가 가심비를 충족하기 때문이라는 것. 디저트 시장의 급성장은 맥주 시장의 트렌드까지 바꿔놓고 있다. 고물가, 고환율로 소비가 위축돼 맥주 시장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편의점 주류 매대의 화려한 라인업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시대부터 혼밥, 혼술이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개성을 뽐내는 맥주와 하이볼 출시가 줄을 잇는다.
이 중 디저트보다 더 디저트다운 맥주들을 소개한다. 이색적인 맥주를 대중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던 대표 수입 맥주 '아이스타우트 아포카토', 괴짜같지만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알리는 힙한 국내 양조장 '비어바나 다크레이어스 민트초코 ' 편의점에서 가장 디저트같은 디자인에 이끌려 골라 본 '아마존 익스프레스' 3종이다.
8와이어드의 초단기 흥행 비결이 궁금하다면 고개를 들어 아이스타우트 아포카토를 보라.
사진제공=아이스타우트 수입사 비어로
뉴질랜드의 8와이어드 양조장은 맥주 애호가 소렌이 아내에게 2005년 홈브루잉키트를 선물받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소렌은 2009년 양조장을 설립하고 1년 후 호주, 미국, 유럽으로 수출하기 시작해 2011년 뉴질랜드 최고의 브루어리로 키워냈다. 현재는 개성이 강한 브루어리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8와이어드의 대표 맥주인 아이스타우트는 뉴질랜드의 신선한 홉이 주는 쌉싸름한 맛과 스타우트 특징인 쓴맛의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우리나라 맥주 마니아들 사이에서 '스타우트계의 정석'으로 호평을 받는 숨은 강자이자 전세계 맥주 평가 사이트인 레이트비어(Ratebeer)에서 100점 만점에 100점을 받은 맥주로 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맥주다.
아이스타우트 아포카토는 아이스타우트에 유당과 귀리를 넣어 아포가토를 연출한 맥주다.
사진=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fangso@donga.com
한 모금 마시고는 이름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의 향긋함이 그대로 캔 안에 담겼다. 한 모금 마시니 쌉싸름한 강배전(강하게 볶은 커피)의 에스프레소를 먹었나 싶었다가 이내 바닐라와 유당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아포가토를 먹는 즐거움이 그대로 느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민트초코...비어바나 다크레이어스 ver.민트초코
사진제공=비어바나
민트초코 맥주는 서울 문래동의 비어바나 양조장에서 탄생했다. 뉴질랜드에 에잇와이어드와 같은 괴짜들의 진심 어린 양조장이 있다면 한국에는 비어바나가 있다. 맥주 양조장으로 역사가 깊은 문래동에 의미를 두고 2018년 자리잡은 비어바나는 지난해 세계 국제대회인 월드비어컵에서 대표 맥주 '영등포터'를 선보여 2위를 수상했고 올해 다크레이어스 ver. 라즈베리를 출품, 3위를 거머쥐었다.
커피와 트로피칼주스를 컨셉으로 한 맥주로 잘 알려진 비어바나는 밀크초콜릿팬케이크, 초코파이 페스츄리 스타우트를 내 놓더니 민트초코 맥주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전국의 수많은 민초단의 요청으로 '민트초코 스타우트'가 만들어졌다가 지난 3월 다시 리뉴얼 됐다.
비어바나에 따르면 다크 레이어스는 9종류의 다채로운 맥아로 쌓아올린 검은색 풍미의 층에 끈적하고 실키한 바디가 어우러지는 패스츄리 스타우트다. 비어바나는 "이번 '민트초코' 버전은 진한 다크초콜릿 풍미와 민트의 화사함이 어우러지는 딱 '민트초코' 그 자체의 맛에 집중한 맥주"라고 설명했다.
비어바나 매장에 방문해 다크레이어스 ver. 민트초코를 주문했다. 첫 인상은 건강해질 법한 맛으로 굳이 비유하자면 맛있는 우황청심환 같다. 끈적하고 묵직하면서도 어딘가 상쾌하다. 첫 모금에서는 민트 향이 비치더니 입안 가득 초콜릿 향이 묵직하게 채웠다. 뒤이어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민트가 뒤까지 여운을 남긴다. 첫 맛은 달지 않은 다크초콜릿 느낌이라 좋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민트 향이 빠질수록 온도가 올라갈수록 단맛이 올라오며 더욱 좋았다. 첫 모금부터 마지막 모금까지 다양하게 변주하는데 기분 좋은 민트초코 음료를 먹는 기분이 든다.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의 반전... 아마존 익스프레스
사진=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삼성물산 에버랜드와 협업해 지난 해 출시한 맥주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2016년 성수동의 목공소를 개조해 문을 연 양조장이다. 수제맥주 브랜드로는 독보적으로 이천에 대규모 공장을 가동하며 ‘편의점에서도 만날 수 있는 수제맥주’를 유통해 시장을 넓혔다. 오뚜기와 협업한 진라거를 비롯해 CGV와의 씨지비어 등 다양한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맥주를 선보이는 커스텀맥주의 대표주자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맥주 효모를 활용한 새로운 막걸리를 만들고 위스키와 탄산수의 조합의 하이볼이 아닌 맥주를 바탕으로 한 ‘비어볼’ 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CU에서 2캔에 3000원에 구매했다. 정가는 3500원이지만 프로모션을 종종 하는 듯했다. 디자인 또한 디저트 맥주답게 매력적이다. 바나나 농축액이 0.1% 함유돼 있다니 바나나킥 과자를 한 입 먹고 맥주를 먹는 듯한 맛을 상상해 봤다.
사진=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fangso@donga.com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마셔보니 반전이다. 에버랜드의 스릴 만점 급류 놀이기구인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터프함과는 다르게 정말 부드럽다. 디저트스러운 외관에 이끌려 색다른 맛을 느껴보려 선택했다가 기본기가 잘 갖춰진 밸런스 좋은 밀 맥주를 먹었다. 거품이 크리미하고 밀향이 가득해 부드럽고 가볍고 산뜻하다. 밀 맥주지만 배가 많이 부르지도 않다. 누가 마셔도 바이젠 맥주의 향긋한 맛이라 디저트 맥주로 굳이 논하자면 파인애플 한조각을 후식으로 취하는 포지션 쯤 될 듯 하다. 특별한 경험을 주지는 않지만 가벼운 걸 좋아한다면 한번쯤 선택을 해 볼만 하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행사 가격이라면 "슈어, 와이낫?"
황소영 동아닷컴 기자 fang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