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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이여 건배…독성 알코올 부산물 막는 젤 개발·특허 출원

입력 | 2024-05-16 14:53: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술꾼들이여, 과학의 위대함을 찬양하라.

과학자들이 알코올이 혈류에 들어가기 전 중화시켜 이론적으론 무해하게 만드는 단백질 젤을 개발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 연구진은 혈중 알코올 농도를 최대 50%까지 낮추고 알코올로 인해 신체가 손상되는 것을 보호하는 젤을 개발했다며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등 많은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연구진은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인해 매년 전 세계적으로 300만 명이 사망하는 현실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젤은 알코올이 체내에서 대사되기 전 인체에 유해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전환케 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와 장의 점막 층을 통해 혈류로 들어간다. 장에서 천천히 흡수되는 음식과 달리 알코올은 혈류로 즉시 흡수된다. 이후 혈액에 섞여 몸을 순환하면서 모든 장기에 빠르게 영향을 미친다. 참고로 혈액은 1분이면 온 몸을 순환한다. 술을 한 잔 마시면 짧은 시간 안에 알코올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

알코올은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 부산물을 생성한다. 이는 또 다른 분해효소(ALDH)에 의해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바뀌고, 대사를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분해 되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는 분해되기 전 짧은 시간 동안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체질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를 극소량만 분비하는 사람도 있다. 동양인 중에 이런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그런 경우다.

취리히연방공대(ETH Zurich)측이 제공한 단백질 젤 작용 개념 설명.


연구자들은 해로운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예 생성하지 못하게 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알코올을 곧바로 아세트산으로 바꿀 수 있다면 신체에 아무런 해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접근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치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유청 단백질 주성분인 베타-락토글로불린을 주재료로 삼고, 여기에 철분, 포도당, 금 나노 입자를 첨가해 완제품(젤)을 만들었다.

젤이 몸속에 들어가면 효소처럼 작용해 알코올을 즉시 아세트산으로 전환한다.

“젤은 간에서 이뤄져야 할 알코올 분해를 소화기관으로 이동시킨다. 알코올이 간에서 대사될 때와 달리 유해한 중간 생성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생성하지 않는다”라고 연구를 주도한 취리히연방공대 식품 및 연질재료(Food & Soft Materials) 연구소의 라파엘레 메젠가 박사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여러 연구에서 적당한 양의 알코올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알코올을 완전히 피하는 것이 가장 건강에 좋다고 강조했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것이 더 건강하다. 하지만 이 젤은 술을 완전히 끊고 싶지는 않지만 몸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고, 알코올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특히 흥미로울 수 있다”고 메젠가 박사가 미국 과학전문 매체 사이테크데일리(SciTechDaily)에 말했다.

젤은 알코올이 위장관에 있는 동안에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단 알코올이 혈류로 넘어간 뒤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술을 마시기 전에 젤을 섭취하면 이론적으로는 취기를 예방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두 무리의 실험용 쥐를 활용해 젤을 시험했다. 한 쪽은 알코올을 한 번만 투여했다. 다른 쪽은 10일 동안 주기적으로 알코올을 투여했다.

먼저 알코올을 1회 투여하고 30분이 지나서 쥐의 혈중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젤이 혈중 알코올 농도를 40% 낮췄다. 알코올 섭취 5시간 후에는 혈줄 알코올 농도를 56%까지 떨어뜨렸다.

연구진은 습관성 음주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살펴보기 위해 10일 동안 지속적으로 알코올을 투여한 쥐들에게도 젤을 먹이고 결과를 살펴 본 결과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다. 이 쥐들은 간 손상이 적고, 몸무게가 덜 줄었으며, 비장이나 소장·대장과 같은 장기의 손상도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포스트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젤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으며, 향후 임상시험을 거쳐 제품화 해 사람들에게 판매하기를 바라고 있다.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