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대구은행 본점 전경. 2024.5.16 뉴스1
● 시중은행 과점 깰 ‘메기’로 등판
16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은행업 인가를 의결했다. 정해진 권역에서만 점포를 개설할 수 있는 지방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전국 단위 점포망을 갖출 수 있다. 대구은행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외국계 은행(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에 이어 7번째 시중은행이 됐다.
이에 따라 대구은행은 올해 2월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은행업 인가 내용을 변경하는 은행업 본인가를 금융위에 신청했다. 금융당국은 “자본금, 대주주, 사업계획 타당성 등 인가요건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예상보다 늦어졌다. 지난해 불거진 ‘증권계좌 불법 개설 금융사고’ 등의 영향으로 심사가 미뤄지면서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은 지난해 금융사고 이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추진해왔다”며 “내부통제 개선사항 관련 이행실태를 주기적으로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차별성 확보, 체급 차이 극복이 관건
대구은행이 국내 5대 은행의 굳건한 과점 체제를 뒤흔들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정부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통한 은행권 경쟁 촉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단기간에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시중은행과의 차별화가 분명했던 인터넷은행과는 달리 대구은행은 영업망이 대구·경북권이라는 것 외에는 아직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체급 차이를 극복하는 점도 숙제로 꼽힌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약 4조7000억 원 규모로 30조 원 안팎인 다른 시중은행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 교수는 “자산 규모 차이가 많이 나서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바로 깨기엔 역부족”이라면서도 “시중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는 분명할 것이고 온라인 쪽에 강점을 더 갖추면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