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호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빈뇨 등 배뇨 장애, 노화현상 가까워 약물치료-생활습관 개선 병행해야 소변 색깔 보고 질병 예측도 가능
장인호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50대 이후에 발생하는 배뇨 장애의 상당수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에 가깝다며 스트레스를 받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장 교수는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면 배뇨 장애 증세가 크게 호전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병원 제공
50대 이후가 되면 한 번쯤은 했을 법한 고민이다. 하지만 민망스럽거나 수치스럽다는 생각에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점 때문에 비뇨기계 질환이 있는 환자 중에 병원을 꺼리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에 대해 장인호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50대 이후의 배뇨 장애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인 경우가 많다. 감추지 말고 드러내 치료해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루 8회 이상 소변보면 빈뇨
배뇨 장애는 소변을 배출하는 여러 단계에서 발생한다. 크게 △소변 저장할 때 △소변볼 때 △소변본 후 장애로 나눈다. 이와 별도로 요실금과 야뇨증도 배뇨 장애로 구분한다. 소변볼 때의 장애는 방광이 막혔을 때 주로 발생한다. 전립샘 비대증이나 요도 협착이 원인일 때가 많다. 따라서 요도가 짧은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 대체로 △소변 줄기가 가늘어졌거나 △소변을 보려고 해도 몇 초가 지나서야 소변이 나오거나 △소변 줄기가 1회 이상 끊어졌다가 다시 나오거나 △배에 힘을 잔뜩 줘야 소변을 볼 수 있거나 △아예 소변이 막혀 볼 수 없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중 소변 줄기가 가늘어진 세뇨증은 전체 배뇨 장애의 30% 정도로, 빈뇨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변을 본 후 잔뇨감이 있거나, 오줌 방울이 새며, 곧바로 다시 요의가 생기는 경우는 배뇨 후의 장애다. 장 교수는 “이중 오줌 방울이 새는 현상이 중년 남자에게 종종 일어나는데, 병이라기보다는 노화에 더 가까우니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날 때는 고환과 고환 사이를 손가락으로 눌러주면 요도에 남아있던 소변이 배출되면서 문제가 해결된다.
요실금은 방광에 있던 오줌이 흘러나오는 병을 말한다. 요실금의 유형도 다양하다. 나이가 들면서는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배의 압력(복압)이 올라가면 찔끔하고 소변이 나오는 복압성 요실금 환자가 많아진다. 또는 절박뇨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소변이 흘러나오는 절박성 요실금 환자도 적잖다. 잠을 자는 도중에 요실금이 생기면 야뇨증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과민성 방광, 어떻게 치료할까
배뇨 장애의 원인을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가령 빈뇨만 하더라도 당뇨병이나 과도한 수분 섭취가 원인일 수 있다. 낮에는 빈뇨가 없는데, 밤에 야간뇨가 생긴다면 심부전증의 조짐일 수도 있다. 또 절박뇨 증세가 오래 지속된 것이 아니라 최근에 급격하게 심해졌다면 방광염이 원인일 수도 있다. 40대 이전에 배뇨 장애가 나타났다면 방광결석이나 요로결석을 의심해야 한다. 요실금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과민성 방광이다. 정상적이라면 방광에 소변이 차더라도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 수십 분을 참고 난 후 소변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방광이 이 통제를 벗어나는 바람에 소변이 나와 버린다.
결국 방광을 튼튼하게 해야 이런 증세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가능할까. 장 교수는 “이는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완치는 불가능하다. 최대한 증세를 완화하기 위한 치료를 한다”라고 했다.
과민성 방광이 왜 생기는지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약물 치료를 하더라도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다. 약물 치료의 목적은 증세를 개선하는데 있다. 가령 과민성 방광으로 인해 빈뇨가 나타나면 치료제는 빈뇨 증세를 없애기 위해 먹는 것이지, 과민성 방광 자체를 개선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 이런 점 때문에 이런 약물은 복용할 때만 효과가 나타난다. 먹다가 끊으면 증세는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장 교수는 “고혈압 약처럼 평생 먹는다는 생각으로 약물치료를 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대부분 약들은 24시간 지속형이기 때문에 하루 1회만 복용하면 된다.
다만 약물을 복용할 경우 증세는 확실히 좋아진다. 보통은 2주째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또 6개월 이상 지속하면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얻는다. 실제로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과민성 방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 꾸준히 약물치료를 한 환자들의 하루 평균 배뇨 횟수는 11.7회에서 8.3회로 줄었다. 절박뇨는 8.2회에서 2.2회로 줄었고. 절박성 요실금 횟수 또한 2.2회에서 0.1회로 크게 줄었다. 장 교수는 “요즘 약물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수술이나 시술까지 가지 않아도 증세 개선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민성 방광 자가 진단법>
-하루에 소변을 8회 이상 본다.
-소변이 일단 마려우면 참지 못한다.
-어느 장소에 가더라도 화장실 위치부터 알아둔다.
-화장실이 없을 것 같은 장소에는 잘 가지 않는다.
-화장실에서 옷을 내리기 전 소변이 나와 옷을 버리는 경우가 있다.
-소변이 샐지 몰라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지 않는다.
-화장실을 너무 자주 다녀 일하는 데 방해가 된다.
-패드나 기저귀를 착용한다.
-밤에 잠을 자다 2회 이상 화장실에 간다.
※9개 증세 중 1개 이상만 나타나도 과민성 방광 가능성 큼.
자료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건강한 배뇨 습관 만들기
약물 복용만으로는 근본적 치료가 되지 않는다. 장 교수는 “약물 치료를 하면서 생활 습관을 교정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평소 방광을 튼튼하게 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 교수도 “노화에 따른 질환이기 때문에 완치하려 하기보다는 평소에 예방하고 증세를 완화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가 발표한 7대 건강 수칙을 따를 것을 추천했다. 첫째,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걷기와 같은 운동이 추천된다. 운동을 하면 골반을 지탱하는 근육이 발달하면서 방광을 튼튼하게 한다. 반대로 과체중은 방광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둘째, 알코올이나 카페인은 삼간다. 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이런 물질들은 모두 방광을 자극한다. 특히 과음과 흡연은 요실금, 야간뇨 등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셋째, 매일 6~8잔의 물을 마시는 등 충분한 수분을 섭취한다. 배변 활동을 촉진하고 변비를 막기 위해 섬유질을 섭취한다. 변비는 복통 등의 증세 외에도 잦은 소변을 유발하기 때문에 예방하는 게 좋다.
넷째, 배뇨 습관을 체크하면서 배뇨 일지를 작성한다. 얼마나 소변을 보는지, 소변량은 어느 정도인지, 불편함은 없는지를 일기처럼 적는 것. 이렇게 하면 빈뇨, 야간뇨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섯째, 소변을 참기 어렵다면 평소 방광 훈련을 한다. 소변이 마렵다고 여겨지면 일정시간 동안 소변을 참는 것. 처음에는 짧은 간격으로 시작해 점점 시간을 늘리면 소변을 더 잘 참고 규칙적인 배뇨에 도움이 된다.
여섯째, 골반 근육 체조(케겔 운동)를 한다. 양쪽 다리를 벌린 채로 앉아서 방귀를 참는다는 생각으로 항문을 당겨 조여준다. 5까지 세고 나서 힘을 풀어준다. 수축할 때 숨을 참지 말아야 하며 아랫배에 손을 대고 힘이 들어가는지 확인하도록 하자.
일곱째, 배뇨 장애와 관련된 증세가 있다면 전문가와 상의한다. 이를 통해 조기에 별을 발견해 치료하면 그만큼 효과가 빨라진다.
<방광 건강을 위한 7대 건강 수칙>
①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자신에게 맞는 체중을 유지한다.
②카페인 섭취량을 줄이고 흡연 및 알코올 섭취를 삼간다.
③적절한 수분 및 섬유질을 섭취하여 변비를 예방한다.
④배뇨 일지 작성을 통해 자신의 배뇨 습관을 점검한다.
⑤소변을 참기 어렵거나 화장실을 자주 간다면, 방광 훈련을 시행한다.
⑥골반 근육 체조로 방광 및 골반을 강화한다.
⑦배뇨 관련 증세가 발생하면 조기에 전문의와 상담하고 치료한다.
※자료 :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소변 상태를 보면 병이 보인다?
소변 상태로 개략적으로나마 비뇨기계 질환을 가늠할 수 있다. 일단 소변에서 심한 악취가 난다면 방광염이나 요로감염에 걸렸을 확률이 높다. 달짝지근한 냄새가 난다면 당뇨병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 다만, 세밀한 냄새를 일반인이 구분하기는 쉽지 않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냄새보다는 소변 색깔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편이 낫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질환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소변은 투명한 노란색이나 황색 빛을 띠는 게 정상이다. 이 색깔이 미세하게 달라져 있을 때는 질병을 의심해야 한다. 가령 소변이 많이 탁하다면 방광염에 걸렸을 수도 있다.
소변이 약한 갈색을 띨 때도 있다. 주로 오랫동안 운동하거나 일했을 경우, 잠자리에서 일어난 아침에 그럴 때가 많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색깔이 탁한 것은 탈수 증세와 관련이 있다”라고 말했다. 수분이 부족해지면서 소변 색깔이 변한다는 것. 혹은 과격한 운동 때문에 근육 세포의 일부가 파괴되면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장 교수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며 물을 섭취하고 쉬면 된다”라고 말했다.
소변이 진한 노란색으로 바뀌었다면 간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다. 황달이 심해지면서 소변도 진한 노란색을 띠는 것이다. 이 경우 병원을 찾는 게 좋다.
혈뇨는 위험 신호다. 혈뇨는 누구나 한눈에 구분할 수 있다. 좌변기 안쪽에 오목하게 파인 부위에 빨간색 물이 고이기 때문이다. 혈뇨는 방광암, 신장암, 전립샘 질환, 급성방광염 등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라면 또 다른 질병이 원인일 수 있다. 그 어떤 경우든 혈뇨가 나오면 곧바로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변에 거품이 있을 때는 거품의 양과 지속된 날을 따져 봐야 한다. 일시적으로 거품이 많다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여러 날에 걸쳐 많은 양의 거품이 나온다면 단백뇨를 의심해야 한다.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것.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추가검사가 필요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