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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7월 시행, 위기임산부 지원 준비 만전을[기고/정익중]

입력 | 2024-05-16 22:48:00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아동권리보장원 원장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총괄할 저출생대응기획부와 저출생수석실 신설 계획이 나왔다. 초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다. 지난해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등록 영유아 문제의 실체가 드러나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미등록 영유아 2123명(2015∼2022년생)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249명이 숨졌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2.3명인 반면, 미등록 영유아는 1000명당 약 117명이 숨진 것으로 조사돼 사망률이 50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의 관심과 지원으로 살릴 수 있는 아이가 여전히 많다는 뜻이다.

출생신고를 부모에게만 맡길 때 나타날 수 있는 미등록 아동 발생 위험을 줄이고자 출생통보제가 추진된다. 이는 의료기관이 출생정보를 지자체에 알리도록 의무화하고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출생등록을 하는 제도다. 출생통보제로 아동보호 조치를 강화할수록 임신 사실을 부모나 친한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위기임산부들은 병원 밖으로 숨을 수 있고, 이는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7월 19일, 출생통보제와 함께 보호출산제 시행이 추진된다. 위기임산부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가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도록 지원하고, 아동을 국가가 보호해 병원 밖 출산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임산부가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출산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호출산제가 아동유기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신원과 임신·출산의 비밀을 지켜준다는 약속은 위기임산부가 쉽게 도움을 요청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다.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이유를 묻지 않을 테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하려면 위기임산부를 만나야 한다. 보호출산제는 이런 만남, 지원을 위한 연결고리다. 위기임산부가 직접 양육을 선택하게 하려면 종사자들이 고도의 상담역량을 갖추고, 다양한 지원책을 구비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지역 상담기관 상담원에 대한 전문교육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또한 충분한 예산 확보로 위기임산부가 자녀를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주거는 물론이고 자녀 돌봄, 취업, 생활 안정을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보호출산제에 대해 아동이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있다. 보호출산을 신청한 산모가 본인이나 생부의 인적 사항을 적은 ‘보호출산증서’를 작성하고, 성년이 된 아동이 이 증서의 열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 알 권리를 보장할 계획이다. 정보공개청구의 친생모 승낙률을 높이고자 상담 단계에서부터 위기임산부에게 아동의 알 권리를 충분히 설명할 것이다. 이 증서를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관리할 기록관도 구축할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는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출생 미등록이 가능한 현재보다 낫다. 가급적 원가정에서 양육하는 결정을 하고, 최후의 수단으로만 보호출산을 선택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보호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아동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알 권리가 최대한 충족되도록 해야 한다.

임신과 출산이 비밀이나 짐이 되는 건 사회환경 때문이다. 보호출산제는 위기임산부 보호와 아동 유기 예방의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이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아동권리보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