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 ‘에인절’들의 란제리 런웨이 ‘날씬한 몸매’ 수요 다시 늘자 재개
‘등에는 거대한 날개를, 몸에는 화려한 란제리를 입은’ 모델들이 6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열릴 때마다 큰 화제를 모았으나 성(性)을 상품화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미국 유명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S)’ 패션쇼가 올가을 열릴 예정이다. VS는 15일 공식 홈페이지에 “화려함, 날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분이 사랑했던 모든 것을 현대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며 패션쇼 개최를 발표했다. 2018년 무대 뒤 6년 만의 부활이다.
199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시작된 VS 패션쇼는 해마다 세계로 생중계되며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전속모델을 지칭하는 ‘에인절’들이 착용하는 천사의 날개,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해 내놓는 수백만 달러짜리 ‘판타지 속옷’은 이 패션쇼의 상징이었다. 지젤 번천과 지지 하디드 등 세계적인 모델은 물론이고 테일러 스위프트와 리애나 등 유명 연예인들도 VS 패션쇼 무대에 서 왔다.
2019년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한 VS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에인절 모델을 폐지하고 수유용 브래지어 등도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오히려 위선적이란 반응이 더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선보인 TV 패션쇼는 평점이 5점 만점에 1.7점에 불과했다.
VS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또다시 바뀌었다는 판단 아래 패션쇼 재개를 결정했다. 미 NBC방송은 “보디 포지티브 운동이 갈림길에 선 상황이란 걸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체중 감량용 의약품 수요가 급증하는 등 ‘날씬한 몸매’에 대한 수요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레미 베이더도 14일 소셜미디어에 “패션계에서 한동안 다양성과 포용성이 유행했지만, 최근 3년 사이에 명확한 변화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VS는 패션쇼 이슈가 커지자 “모든 여성을 지지한다는 우리의 목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패션전문매체 더컷은 “란제리 패션쇼는 결국엔 남성의 환상과 미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