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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가 졌다… 국회의장 후보에 우원식 ‘이변’

입력 | 2024-05-17 03:00:00

[국회의장 후보에 우원식]
민주당, 22대 전반기 의장단 선출
“秋 강성-李 일극체제 부담 작용”




우원식에 축하 꽃다발 건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가운데)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인 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뒤 이재명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우 의원은 투표에 참여한 민주당 당선인 169명 중 과반을 득표해 추미애 당선인(왼쪽)을 꺾었다. 뉴시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5선·서울 노원갑)이 선출됐다.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자신에게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며 강성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 속에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던 6선 추미애 당선인(경기 하남갑)을 꺾는 이변이 일어난 것. 당내에서는 “‘강성 일변도’를 외친 추 당선인에 대한 의원들의 ‘비토’ 정서가 커진 것”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명심’에 좌우되면 오히려 이 대표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치러진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우 의원은 22대 당선인 171명 중 투표에 참여한 169명으로부터 89표를 받아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추 당선인은 80표를 얻었다.

예상을 뒤엎은 결과에 ‘초강성 의장’을 공약한 추 당선인에 대한 의원들의 반감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당내에서 나왔다. 특히 강성 친명계가 앞장서 의장 후보들을 ‘교통정리’ 하는 과정에서 중진들 사이에 “의원들이 허수아비냐”는 내부 반발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 의원이 소속된 김근태계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민평련)와 ‘을지로위원회’가 우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 의원은 추 당선인에 비해서는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대표의 대선 경선 때부터 함께했던 친명계다. 당선 직후 “민주당 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우 의원은 이 대표와 만나 “이 대표와 긴밀히 소통하며 일을 해나갈 것”이라며 이 대표의 기본사회 공약을 “의장으로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민의와 민심을 중심에 두고 국회를 운영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우 의원은 국회법에 따라 22대 국회 개원 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득표 시 의장으로 최종 선출된다.






黨중진들, 초강경 추미애 ‘비토’… 이재명 일극체제 ‘과속’엔 제동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선출 ‘이변’
강성 친명계 ‘추미애 추대론’ 역풍
중진들 직접 나서 판세 반전 시켜… 秋 ‘노조법 독주-盧 탄핵’ 부메랑
친명계, 예상밖 결과에 “禹도 친명”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이재명 대표, 추미애 당선인(오른쪽부터)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 당선인 총회에서 국회의장 후보로 뽑힌 우원식 의원의 수락 연설을 듣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5선의 우원식 의원이 9표 차로 6선의 추미애 당선인을 꺾은 것에 대해 당내에서는 “역대급 이변”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강성 당원들과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의 공개 지지 속에 사실상 추 당선인을 추대하는 분위기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을 기점으로 당 중진들이 “추미애는 안 된다”는 ‘비토론’을 펼치면서 막판에 결과가 뒤집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까지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대로 갈 경우 이 대표의 연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 기류에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 재선 이상서 “추미애 ‘비토론’”

16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들에 따르면 당 중진들은 선거를 3일 앞두고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초강성인 추 당선인보다는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우 의원을 뽑자고 22대 당선인들을 설득한 것. 한 의원은 “(추 당선인이)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같은 당 의원도 못 들어오게 출입문을 걸어잠근 채 노조법을 강행 처리했던 일 때문에 동료 의원들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고 했다.

최근까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던 추 당선인에 대한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의 집단 비토가 있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추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법무부 장관 때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이 장관직에서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추 당선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입했지만 동교동계와 척을 진 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이력으로 친노(친노무현) 진영과도 관계가 좋지 않다. 당 주요 계파에 우군이 전혀 없는 셈이다.

추 당선인도 이 점을 의식해 친명계 강성 당원들을 내세워 ‘명심’을 강조했지만 그게 오히려 반감을 부추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강성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가 앞장서 ‘추미애 추대론’을 만든 것이 역풍을 불렀다는 분석이 많다. 한 의원은 “혁신회의 측이 의장 후보들에게 ‘우리는 추 당선인을 밀겠다’ ‘명심도 추 당선인에게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의원들이 불쾌해했다”고 했다. 친명계 내 일각에서도 “추 당선인이 이 대표 등에도 칼을 꽂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반면 우 의원이 몸담은 김근태계 의원 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와 을지로위원회는 대거 우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된다. 민평련과 을지로위원회에 속한 22대 당선인들은 50여 명으로 추산된다. 강성 친명계가 노골적으로 추 당선인을 밀자 민평련 등 운동권 의원들이 깜짝 세 과시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 중진들 “우리는 허수아비냐”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당내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중립 성향 의원은 “너무 이 대표 뜻대로만 되면 오히려 민심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다른 의원도 “지금 민주당에 친명 아닌 의원이 어디 있겠느냐”라면서도 “이 대표 측이 의장 후보군 교통정리를 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찐명’(진짜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가 후보들에게 불출마를 설득한 것을 두고 한 의원은 “원내대표가 무슨 당 대표 심부름꾼이냐”고 지적했다.

상임위원장을 노리는 3선 이상 의원들 입장에선 “국회의장이 너무 강성이면 상임위원장의 권한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계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의원은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우리는 허수아비냐’란 말이 나왔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친명계에선 “우 의원도 친명”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한 친명계 인사는 “친명계가 조직적으로 추 당선인을 지원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번 결과가 이 대표의 당 대표 연임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렸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추 당선인이 당 대표 선거에 나가면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른다”고 했고, 다른 친명계 의원은 “향후 이 대표의 리더십과는 별개”라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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