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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예정대로 간다… 법원, 집행정지 수용 안해

입력 | 2024-05-17 03:00:00

[‘의대 증원’ 예정대로 진행]
의료계 신청 각하 -기각… “의대생 학습권 침해 여지는 있어”
대학들, 31일까지 수시 요강 발표
전공의들 “병원 돌아갈 이유 없어져”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 등이 의대 증원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신청한 집행정지 신청에서 항고심 법원이 정부 손을 들어주며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현실화됐다. 정부가 올 2월 6일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지 꼭 100일 만이다. 다만 전공의 사이에선 “돌아갈 이유가 없어졌다”는 말이 나오고 의대 교수 사이에선 사직과 휴진이 확산될 것으로 보여 의료 공백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1심과 달리 의대생에게는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며 청구는 기각했다. 공공복리에 미칠 영향으로는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 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 준비생에 대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2000명 증원의 근거가 없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선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증원 규모에 대해선 “내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증원할 경우 의대생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며 대학이 자체적으로 정한 규모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전국 의대 40곳의 모집인원은 올해 3058명에서 내년도 4547∼4567명으로 늘게 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은 이달 31일까지 증원이 반영된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수험생들은 모집요강에 따라 9월 수시전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입시 일정을 진행하게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법원 결정 후 대국민 담화에서 “오늘 결정으로 정부가 추진해 온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이 큰 고비를 넘어설 수 있게 됐다”며 “더 이상 혼란이 없도록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대법원에서 서두르더라도 결정이 나오려면 1, 2개월 이상 걸리는데 이때는 이미 모집요강 발표가 마무리된 다음이어서 더 이상 증원을 돌이키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많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전공의들이 못 돌아오면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의대 증원, 학습권 침해 여지 있지만 공공복리 더 중요”


집행정지 신청 각하-기각
교수-전공의 등 신청자격 인정안해
韓총리 “의료개혁 큰 산 넘었다”
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 뜻 밝혀… 교수들 자율 휴진도 확산될 듯

서울고법이 16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부 손을 들어준 건 증원 시 예상되는 의대생의 학습권 피해보다 증원 중단에 따른 공공의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규모나 속도는 별개로 하더라도 의대 증원의 필요성은 부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매년 2000명을 증원할 경우 헌법 등에 보장된 의대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을 여지도 없지 않다”며 증원 규모에 대해선 이견을 드러냈다.

● “의대 증원 중단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이날 의대 교수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의대생 등 18명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처분 집행정지 신청’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교수와 전공의, 수험생은 의대 증원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로 판단해 집행정지 신청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1심 재판부와 달리 의대생의 학습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의대생에게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는 회복하기 어려운 성질”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구제)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집행정지의 세 요건인 △신청인 적격성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 없음 중 앞의 두 가지를 충족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이는 의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의대 증원을 중단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헌법 등에선 의대생의 학습권과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며 각 대학이 증원분의 최대 50%를 감축해 내년도 모집인원을 자율적으로 정하게 한 것처럼 이후에도 대학 측 의견을 존중해 자체 수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정원 유연하게 논의” vs “대법원에 재항고”

정부는 재판부 결정을 환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결정 직후 대국민담화에서 “오늘 법원 결정으로 국민과 정부는 의료개혁을 가로막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며 “(법원의 지적대로) 의료계가 통일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면 언제라도 (2000명) 정원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게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법원에서 정부가 적법 절차를 갖춰 진행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앞으로 의사단체와의 대화 노력 및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설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의사단체는 “즉각 재항고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창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정부가 제출한 허술한 근거 자료를 보고도 재판부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의 휴진과 사직이 더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장 전의비는 논의를 거쳐 ‘일주일 휴진’ 등 예고했던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김성근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 복귀가 더 어려워진 만큼 피로도가 높아진 교수들의 자율 휴진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정이 나온 집행정지 신청을 포함해 의대 증원 관련으로 의사단체와 의대생 등이 정부나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총 16건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을 포함해 법원이 의사들 손을 들어준 적은 한 번도 없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이번 사법부의 결정으로 의료공백이 종식되길 촉구한다”며 “의사들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위해 이제는 병원으로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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