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란 대표가 사이클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1995년부터 자전거를 탄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올바른 자전거 타기 교육과 문화 콘텐츠를 보급하며 자전거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란 대표 제공
이미란 케이벨로(K-Velo) 대표(54)는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산악자전거(MTB) 국가대표까지 한 뒤 지금은 자전거 문화 콘텐츠 사업을 하고 있다.
1995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했지만, 자전거 타기는 쉽지 않았다. 운동장에서 배운 뒤 “탈 만하다”고 생각해 밖으로 나왔더니 사람은 물론 차와 전봇대에 부딪힐까 무서웠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산자락으로 가서 탔다. 익숙해지다 보니 산도 올랐다. 자연스럽게 몸이 건강해졌고 우울증도 사라졌다.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건강이라는 이치를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동아대 체육대 경기 지도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이미란 대표가 서울 강동구 케이벨로 실내교육장에서 사이클을 타고 있다.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1995년부터 자전거를 탄 그는 건강을 회복한 뒤 올바른 자전거 타기 교육과 문화 콘텐츠를 보급하며 자전거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 대표는 자전거로 건강을 되찾은 뒤 자전거에 큰 매력을 느꼈다. 틈만 나면 탔다. 자전거는 특히 무릎 등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코어 근육 운동은 물론 유산소 운동까지 됐다. 그는 자전거를 타며 체중을 30kg 이상 줄였다. 잘 배우면 남녀노소가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였다. 이 좋은 자전거를 널리 퍼뜨리고 싶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터를 잡은 울산에 자전거 교실을 만들었다. 그는 “자전거는 위험해 제대로 배워야 하는데 가르쳐 주는 곳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안전하게 타는 법에 초점을 뒀다. 이 대표는 “빨리 타는 것보다 잘 서는 게 중요하다. 제일 먼저 균형을 잡고 브레이크 잡는 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이미란 대표가 서울 강동구 케이벨로 실내교육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중고교 MTB 선수들도 키웠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출전시킬 요량이었다. 그는 “내가 경기 지도학과를 나와 가르치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MTB의 박세리를 만들어 자전거를 대중화시키고 싶었는데 키우던 유망주가 서울로 가는 바람에 무산됐다”고 했다. 박세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맨발 투혼’을 보이며 US오픈에서 우승했고, 이후 ‘박세리 키즈’가 나오는 등 골프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이 대표는 “그때까지 골프는 부자들의 스포츠를 알려져 있었다. 정말 박세리의 우승은 골프 대중화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런 선수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미란 대표가 사이클을 타고 질주하고 있다. 이미란 대표 제공
“안전입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면 서야 합니다. 서울 한강 공원 등은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들은 인도인지 자전거길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 자전거가 서야 합니다. 안전이 우선이죠. 그리고 자전거 탈 때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잡을 땐 꼭 소리를 쳐야 합니다. ‘먼저 지나갑니다’ ‘왼쪽으로 지나갑니다’ ‘오른쪽으로 지나갑니다’… 그래야 앞에 가는 사람이 대비할 수 있습니다.”
이미란 대표가 지인들과 라이딩하다 찍은 모습. 이미란 대표 제공
“4대강 주변에 자전거길이 형성됐고, 지방자치단체들도 자전거길을 만들어 전국 어느 곳이든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시대가 됐어요. 자전거 인구는 늘 것이고 그럼 올바른 자전거 문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하루 당일치기, 1박 2일 등 국내 여행이 가능해졌어요. 해외로 나가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대도 됐죠.”
이미란 대표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미란 대표 제공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
“전 자전거 문화를 엮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자전거와 관련된 사람들을 묶고, 또한 자전거와 지역을 묶고, 스포츠와 이벤트, 교육까지 최고의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바이클로아카데미의 원장으로 일하면서 대기업의 시스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문화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죠.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게 됐어요. 이러한 경험과 시스템 안에서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비즈니스 콘텐츠를 찾고, 그것을 서로 공유하며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대표는 요즘엔 MTB보단 사이클을 많이 탄다. “자전거길이 잘 정비돼 사이클로도 어디든 다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전안전부가 전국 자전거길을 만들 때 자문위원을 했고,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전국 아름다운 자전거길 30선도 만들었다. “직접 가서 타보고 그 지역 관광지 및 휴식처, 음식점 등을 소개했다”고 했다. 공모를 통해 전국 130여개의 자전거길을 다양하게 평가해 엄선했다. 조만간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업그레이드된 전국 아름다운 자전거 여행길 60선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란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인들과 라이딩하다 포즈를 취했다. 이미란 대표 제공
2020년 국내는 물론 해외 자전거 투어를 기획해 시도하려고 할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됐다. 해외 자전거 투어는 시도조차 못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해외 자전거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 몽골, 홍공, 호주, 벨기에 등 전 세계로 자전거 투어를 확장하고 있다.
사업으로 바쁘지만 자전거를 타며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그는 “자전거를 일찍 배우면 80, 90대에도 탈 수 있다. 그럼 활동 반경이 넓어져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건강한 노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자전거를 타려면 손과 발은 물론 몸 전체를 써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눈으로 봐서 판단을 해야 하죠. 온몸을 움직이니 건강해지는 것은 물론 머리도 계속 써야 해 치매 예방에 좋습니다. 해외에선 자전거 타기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도 발표됐습니다.”
이미란 대표가 서울 강동구 케이벨로 사무실에서 밝게 웃으며 인터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