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알제리 남성 무사히 구출 당시 키우던 개가 납치범 집 맴돌았지만, 독살당해 어머니는 아들에게 생존 모르고 2013년 사망
구출 직후 오마르 빈 옴란의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Abo Abood’ 영상 캡처
17세에 실종돼 사망한 줄로만 알았던 알제리 남성이 27년 동안 이웃집에 갇혀 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16일(현지시간) 영국 ‘더 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9형제 중 한 명인 오마르 빈 옴란(45)은 지난 1998년 알제리 젤파 시에서 직업학교로 가던 도중 실종됐다.
가족들은 그동안 오마르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년간 지속된 북아프리카 정부와 이슬람 반군 간 내전에 휘말려 사망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를 구출하는 과정을 담은 SNS 영상을 보면 오마르는 머리에 지푸라기를 뒤집어쓴 채 자신을 둘러싼 수색대에 놀란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위를 올려다 봤다.
그가 기적적인 탈출하게 된 것은 익명의 제보 덕분이었다. 지난 12일 현지 검찰은 엘 자지드 있는 국립 헌병대 지부를 통해 ‘약 30년 전에 실종된 오마르 빈 옴란이 바로 옆집의 양 우리 안에 갇혀 있다’는 제보를 접수하고 수색에 나섰다.
경찰관과 가족들이 이웃집에 방문했을 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오마르가 발견됐으며, 용의자인 집주인은 도주하려다 체포됐다. 실종 기간이 27년에 달하는 이번 사건은 세계 최장기간 납치 사건 중 하나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오마르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2013년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오마르는 지하실에 감금 돼 있을 때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르는 갇혀 지내는 동안 창문을 통해 가족들을 가끔 본 적이 있지만 “납치범이 건 마법 주문” 때문에 지난 27년 간 한번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젤파 경찰은 “이 ‘가혹한 범죄’에 대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며 피해자는 현재 의료 및 심리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서 “가해자는 엄중한 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송치훈 동아닷컴 기자 sch5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