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2/무라카미 하루키 지음·홍은주 옮김/380쪽·2만6000원·문학동네
“정경화의 바이올린 연주는 야구로 치면 ‘공을 끝까지 잡고 있는 투수’를 연상시킨다. 마지막 한순간까지 소리가 손가락을 떠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베토벤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번호 61 연주를 듣고 쓴 평이다. 스물아홉 살 때 야구 경기를 보다 문득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하루키다운 문장이다. 당시 재즈 카페를 운영하던 그는 그날부터 글쓰기를 시작해 첫 장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년)를 써내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게 된다.
이 책은 덕질의 끝판왕 격인 하루키의 클래식 음반 에세이다. 그의 팬이라면 하루키가 음악(재즈, 클래식)과 야구에 얼마나 진심인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1Q84’(2009년)는 레오시 야냐체크(1854∼1928)의 ‘신포니에타’가 울려퍼지며 시작된다. 여자 살인청부업자인 주인공 아오마메가 ‘작업’을 하러 가면서 듣는 비장한 음악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