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야구부 창단하며 ‘폐교 탈출’ 전교생 25명이 모두 야구부원 첫 출전 전국대회서 클럽팀 꺾어 “하나로 뭉쳐 16강 진출 노려볼 것”
대구고 손재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분당BC와의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 2회말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2회에만 13득점을 한 대구고는 20-0, 5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강원 영월군 폐광촌에 있는 상동고는 지난해 폐교 위기에 처했다. 전교생이 3명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3명 모두 3학년이라 이들이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문을 닫게 될 운명이었다.
상동고는 야구부가 창단되면서 새로 태어났다. 프로야구 한화에서 11년간 선수 생활을 한 백재호 감독이 신일고 시절 은사인 양승호 전 롯데 감독(상동고 단장)의 추천으로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를 따라 전국 각지에서 1학년생 14명이 전학을 왔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최동원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지난해 10월 상동고에 ‘불굴의 영웅상’을 수여했다. 최동원이 그랬던 것처럼 불굴의 의지로 역경을 딛고 일어선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
‘폐광촌의 기적’을 쓰고 있는 상동고는 황금사자기에서 또 하나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상동고는 17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서 EPBC를 7-3으로 꺾었다. 상동고가 고교야구 4대 메이저 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에서 승리를 거둔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백 감독은 “최명서 군수님부터 지역 어르신들까지 물심양면으로 정말 많이 도와주신다. 식당을 가도 손주들 밥 먹이는 할머니처럼 신경 써주신다”며 “우리 아이들도 인사를 잘한다. 어르신들이 동네에 활기가 돈다며 너무 좋아해주신다”고 말했다.
상동고는 경기고와 16강행 티켓을 놓고 20일 맞대결을 벌인다. 경기고는 이어 열린 경기에서 마산용마고를 6-4로 이겼다. 경기고가 황금사자기에서 승리를 거둔 건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