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석 정치부 차장
“집권 1, 2년 국정 지지율에는 보통 사정(司正)도 한몫한다. 문재인 정부 때는 그렇게 때려잡더니 지금 검찰은 왜 이렇게 조용하나.”
여권과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이원석 검찰총장이나 검찰 인사 문제를 놓고 이 같은 불만의 정서가 묻어날 때가 많다. “그동안 제대로 규명된 의혹이 뭐가 있나”라고도 한다. 좌든 우든 범죄자를 단죄하는 게 업의 본질인 검사들에겐 불편할 얘기들이다.
전 정부 시절 검찰은 적폐 수사의 한복판에 섰다. 재조산하의 명을 도맡은 듯했다. “보수의 기둥뿌리가 내려 앉는다”는 말을 들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정부 국정철학을 자연스럽게 뒷받침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대장동 의혹 여파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가 장기간 계속됐다. 성과는 초라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를 안겼지만 그는 오히려 덩치만 더 커졌다.
결국 민정수석비서관도 없던 와중에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됐지만 정작 제대로 된 사정은 없는 무골호인(無骨好人)과 같았다는 게 현 정부 2년에 대한 일각의 평가다. ‘윤-한 갈등’ 전에는 한동훈을 믿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다. 오히려 “한동훈-이원석을 너무 믿었다가 이렇게 된 것 아니냐”는 정서도 있다.
윤 대통령 본인이 지금 이 총장이 어떤 기분일지 더 잘 알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로 핵심 참모들이 모두 전출됐다. 새로 부임한 대검 참모들과의 회의 빈도는 급격하게 줄었다. 새 참모들이 뒤에서 윤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던 때다. 김 여사 디올백 사건과 관계 없이 일찌감치 준비된 검찰 인사라지만, 이 일을 직접 당해본 윤 대통령이 총장 측근 교체 인사를 결재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불신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사정의 갈증마저 느껴지는 검찰 인사는 집권 3년 차 윤 대통령의 친정 체제 구축에는 효과적이겠으나 취임 초 그가 가졌던 가능성을 좁히는 효과를 줄 수 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던, 그 자신이 쌓아올린 레거시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다. 권력기관 장악을 통한 국정동력 확보라는 권력 기동방식에 더 다가간 셈이라는 물음도 있다. 미래 지향적 국가 대계를 그려나가려는 마음에서 멀어진 게 아님을 국정 실력으로 보여줘야 할 부담은 더 커졌다.
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