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무역 갈등이 극에 달할 경우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일본과 독일 GDP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의 손실이다. 미국이 최근 발표한 대중(對中)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IMF 대변인은 16일 이같이 밝혔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14일 중국산 전기차, 범용 반도체, 태양광 전지,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를 2∼4배 올린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과 저가 제품의 과잉 생산을 경제·안보 위협으로 보고 ‘폭탄 관세’를 물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맞서 중국 정부도 보복할 뜻을 밝히면서 양국 간 무역 전쟁은 확전되는 양상이다. 중국은 이미 지난달 자국산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긴 국가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관세법을 개정했다.
미중 관세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은 근시안적이다. 단기적으로 일부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는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더 큰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중국산 제품에 들어가는 한국산 부품과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고,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도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으로 가지 못한 값싼 중국산 제품들의 국내 시장 잠식이 더 거세질 수 있다. 유럽 일부 국가가 이를 우려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