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어제 국회에서 진행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오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한 추궁이 쏟아졌다. 딸에게 땅을 편법으로 증여하고, 자신이 근무하는 법무법인에 배우자를 운전기사로 채용하는 등 공수처장으로서 자질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판사 재직 시절 직업을 속이고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기부한 것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오 후보자의 딸은 20세였던 2020년 어머니 명의의 경기 성남시 땅을 4억2000만 원에 샀다. 이 중 3억 원은 오 후보에게서 받은 것이다. 이 지역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이 예상된다. 법률 전문가인 오 후보자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교묘한 방식으로 싼값에 아파트를 증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대학생이던 오 후보자의 딸은 오 후보자가 소개해준 3곳의 법무법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3700만 원을 벌어들였다. 여당에서도 “‘아빠 찬스’에 대한 국민 분노가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 후보자가 자신이 몸담은 로펌에서 배우자를 운전기사로 일하도록 한 것도 상식과 어긋난다. 오 후보자의 아내는 약 5년간 근무하면서 2억 원이 넘는 급여를 받았다. 오 후보자는 “아내가 직원 한 명분의 직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야당에서는 탈세 목적으로 아내를 위장 취업시켜서 오 후보자가 받을 급여를 나눠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오 후보자는 땅 증여 의혹에 대해서는 “세무사의 자문에 따랐다”면서도 “사죄한다”고 밝혔다. 부인을 채용한 것에 관해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후원금 문제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다. 몇 마디의 사과는 했지만 풀리지 않은 의혹이 너무 많다. 지난해 11월부터 후보자 선정 작업이 진행됐는데 그동안 검증은 제대로 한 것인지, 정말 이런 ‘의혹 잡화점’ 수준의 인물밖에 없었는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