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취업자 29만명 늘고… 20대-40대는 9만명씩 ‘뒷걸음’ 은퇴해도 못쉬는 ‘고단한 노년’ 고용의 질 악화… 경제 노쇠화
직업군인 출신인 이모 씨(64)는 군인연금 수령을 미룬 채 경기 김포시에서 상가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은퇴 후 고향에 내려가 소일거리를 하면서 살고 싶었지만 적지 않은 건강보험료와 각종 생활비가 부담돼 재취업했다”며 “이마저도 계약직이라 2년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 ‘정년퇴직’은 이제 옛말이 됐다. 국내 고용시장에서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와 실업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취업자 수는 늘고 있지만 은퇴 연령이었던 고령층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고용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청년층(15∼29세)과 허리 역할을 해 온 40대 취업자 수는 줄어들고 있어 한국 경제가 급격히 노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69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26만1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는 올해 1, 2월 30만 명대 증가세를 이어오다 3월 17만3000명으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수출 호조에 제조업 취업자가 늘면서 지난달 20만 명대를 회복했다.
실업자 또한 고령층 위주로 늘었다. 지난달 총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8만1000명 늘면서 2021년 2월(20만1000명)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실업자 수는 3만9000명으로 지난해 대비 32.1%, 50대는 2만6000명으로 20.8% 증가했다. 실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6개월째 증가세를 이어 나갔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령층의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인구 고령화 탓이지만 노후 대비가 그만큼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년 연장과 계속고용제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고령층 일자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4월 취업자 26만명 늘었지만… 60세이상 빼면 되레 3만명 줄어
늙어가는 한국 ‘슬픈 고용’
역대 최고 고용률 63% 이면엔… 청년층 취업자 18개월째 내리막
70세이상 임시직 8만4000명 급증… 실업 8만명 늘어 3년만에 최대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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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이상 임시직 8만4000명 급증… 실업 8만명 늘어 3년만에 최대폭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50, 60대 중장년층 취업자가 늘어난 것과 달리 청년층 고용은 위축되는 모양새다. 황모 씨(25)는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올해 2월부터 콘텐츠 분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각종 대외 활동에 자격증을 갖추고 인턴 근무까지 마쳤지만 취업 관문을 뚫지 못하고 있다. 황 씨는 “공고가 뜨지 않는 기업이 많고 뜨더라도 직무가 한정적이거나 경력 채용이 훨씬 많다”며 “신입을 뽑는 자리에도 이미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이 많아 경쟁력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 ‘중고 신입’이 이끈 4월 고용시장
하지만 이 같은 추세는 세금으로 만드는 고령층 임시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년 미만 단기 일자리에 취업한 임시 근로자 수는 올해 2월 461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20만7000명 늘었다. 2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는데 70세 이상 고령층의 임시직 증가 폭(8만4000명)이 가장 가팔랐다. 70세 이상 전체 취업자(181만 명)의 42%(76만 명)가 임시직 근로자로 나타났다.
● “임시직 아닌 인생 이모작 지원해야”
노쇠하는 고용시장이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구 구조상 고령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고령층의 일자리가 저숙련·단순 노동이 대다수인 만큼 국가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한계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년 일자리로 충원되지 않는 위험한 일자리가 고령층으로 채워지면 산업재해 위험이 높아지는 등 사회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고령층이 위험하고 불안정한 일터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만 고용시장이 건전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임시직을 늘리는 땜질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고령층 취업자 수 증가는 가계소득이나 부가가치 창출 등 경제 전반을 고려할 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고령층도 ‘인생 이모작’으로 불릴 만한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끔 하는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