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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 속여 도박에 17억원 탕진한 아들, 父 선처로 집유

입력 | 2024-05-18 12:54:00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주식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부친을 속여 거액을 받아낸 뒤 인터넷 도박에 탕진한 아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2단독 하상제 부장판사는 상습도박 및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A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아버지에게 약 17억 원을 빌려 인터넷 도박에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 초기 고등학생이었던 A 씨는 홀짝 맞추기, 사다리 타기 등 인터넷 도박에 손을 댔다. 그는 도박 자금이 필요해지자, 아버지에게 “주식과 가상화폐를 하는 데 투자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버지를 속이기 위해 주식 투자로 돈을 번 것처럼 자신의 계좌 캡처 사진을 조작하기도 했다.

아들이 심각한 도박 중독임을 알게 된 아버지는 그때부터 돈을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그러나 A 씨는 지난해 6월 14일부터 올해 2월 21일까지 1500여 차례에 걸쳐 아버지에게 문자·전화 등의 방법으로 연락하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급기야 아버지는 A 씨를 스토킹 처벌법으로 신고했다. A 씨는 아버지가 주소를 바꾸고 A 씨 전화번호를 차단한 상황에서도 계속 연락을 시도해, 결국 법원으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접근금지 임시 조치 등을 받았다.

아버지는 직접 경찰에 신고해 아들을 법정에 세웠으나, 재판 시작 후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