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흔들리는 흑인 표심을 잡기 위해 이른바 ‘오바마 연합(Obama Coalition)’ 재건에 나섰다. ‘오바마 연합’은 2008년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선 승리에 일등공신이 된 흑인과 청년층, 대졸 이상 고학력 백인을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를 안겨준 ‘성난(Angry) 백인’의 재결집으로 지지율에서 앞서자 바이든 대통령은 전통 지지층 다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이들이 최근 고물가와 중동전쟁 등으로 집권 민주당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나흘 내내 흑인 달래기 나선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칼리지에서 졸업 축하 연설을 한다. 모어하우스 칼리지는 남북전쟁 직후 해방된 흑인 노예 교육을 위해 설립된 흑인 남성 대학이다. 1968년 피살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 대학 출신으로 흑인 민권운동의 상징이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상원의원,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와 배우 새뮤얼 잭슨 등을 배출한 흑인 엘리트 대학으로도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흑인 유권자의 결집을 호소했다. 18일 대선 캠프 행사에선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두 번째 임기에서 가할 위협은 1기 때에 비해 더 거대할 것”며 “조지아주가 내가 (2020년 대선에서) 대통령이 된 이유이며, 내가 올해 전직 대통령(트럼프)에게 다시 승리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조지아주는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주에 속한다. 2016년 대선 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지역에서 승리했지만 2020년 대선에선 유권자 중 33%를 차지한 흑인들의 몰표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0.25%포인트 차로 신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연설에선 “트럼프는 (국민) 전체가 아닌 일부만을 위한 나라를 원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졸업식 연설서 반전 시위 움직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흑인 표심을 다잡아 민주당의 대선 승리 공식인 ‘오바마 연합’을 재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대선에서 표를 몰아준 흑인 유권자 가운데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공약 상당수를 아직 실현하지 못한 데다 고물가로 체감 경기가 악화되자 등을 돌리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갈등도 여전하다. 모어하우스 컬리지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에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이 학교 측에 행사 취소를 압박하고 있으며 일부 교수진조차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내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할 때 박수를 치지 말고 등을 돌리자는 내용의 전단지가 배포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토머스 총장은 “졸업식을 방해하는 파괴적인 행동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졸업식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졸업을 앞둔 칼렙 체가예는 미 ABC방송에 “바이든의 팔레스타인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나는 단지 졸업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