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 첫 女 고교야구 선수 손가은 공식 여자 선수로는 1999년 이어 2번째
황금사자기 최초 여자 고교 야구선수 손가은.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모자에 ‘즐기자’는 문구를 새긴 채 이 경기에 나선 손가은은 “여자 선수들이 (프로에 가서) 야구로 돈을 벌거나 대학에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이렇게 고교야구에서 뛰는 선수가 있다면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이어지지 않을까 한다”며 “솔직히 (남자 선수들보다) 힘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같은 나이대 남자 선수들과 함께 야구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손가은은 경기 화성시 석우초교 재학 시절 티볼을 접하면서 야구에 흥미를 갖게 됐다. 티볼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대신 골프처럼 티(tee) 위에 공을 올려 놓고 치는 간이 야구 경기다. 석우중 2학년 때 리틀야구에 입문한 손가은은 여자 선수 대부분이 그런 것처럼 고교 입학 후에는 여자 사회인 리그 팀 양구 블랙펄스로 향했다. 그러다 2022년 창단한 화성동탄BC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지난해부터 팀에 합류했다. 손가은은 지난해 여자 야구 국가대표 상비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지만 올해는 화성동탄BC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대표팀에 지원하지 않았다.
고교 야구 4대 메이저 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로 범위를 넓히면 손가은은 역대 두 번째 여자 선수다. 덕수정보고(현 덕수고) 안향미(43)가 1999년 대통령배에 출전하면서 1호 기록을 남겼다. 안향미도 고교야구 공식 경기에서 안타를 친 적은 없다.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2회전에서는 중앙고가 제주고를 10-5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중앙고가 황금사자기 16강에 오른 건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2021년 4강팀 유신고도 대전제일고를 7-1로 물리치고 16강에 합류했다. 대구상원고와 전주고도 이 대회 16강 팀에 이름을 올렸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