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다둥이집 사랑 표현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두 아이 이상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많이 하는 조언이 있다. 큰아이든 작은아이든 단둘이 있을 때 “엄마는(아빠는) 네가 제일 좋아”라고 말해주라는 것이다. 부모가 한 아이와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고 굉장히 잘해주면서 이런 사랑 고백을 하면 아이는 부모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느낀다. 이것은 아이에게 커다란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그런데 이 조언을 현실에 적용했더니 좀 어렵다는 부모들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아이가 바로 다른 형제에게 쪼르르 말해버린다는 것이다. 애들이 오히려 이 말로 싸우기도 하고, 부모 자신도 큰아이에게도, 작은아이에게도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이 왠지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는 “아니야. 엄마는 내가 제일 좋다고 그랬어” “아니거든. 내가 제일 좋다고 그랬거든” 하면서 투덕댈 수는 있다. 부모가 계속 단둘이 있을 때마다 “네가 제일 좋아”라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자라면서 ‘아, 우리 엄마는 나한테도 이렇게 말하고, 형한테도 이렇게 말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런다고 부모에게 배신감을 느끼진 않는다.
어떤 부모는 “네가 제일 좋아”라는 말을 들은 아이가 부모 앞으로 다른 형제를 데리고 와서 “엄마,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그랬지?”라고 따져 물어서 난감했다고 했다. 그럴 때 부모는 뭐라고 대답을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 부모에게 물었다. “두 아이 중 누구를 더 사랑하세요?” 나의 질문에 부모는 황당해했다. 당연히 두 아이 모두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이가 둘이건 셋이건 한 아이 한 아이를 모두 세상에서 가장 사랑할 것이다. 그 아이들은 각각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비교할 대상이 없다. 그래서 부모는 그 유일한 존재로서 큰아이에게도 “나는 네가 제일 좋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고, 작은아이에게도 “너를 가장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소중한 관계는 비교급이 아니다. 아주 소중한 사람들은 같은 저울에 올려놓고 비교할 수 없다. 모두 유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형제 중에 누구를 더 사랑하냐고 묻는 상황이 온다면 해와 달에 빗대어 이야기해 주었으면 한다. 아이들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 “○○이, 너는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이야”라고 말해준다. 옆에 있는 형이 “그럼 나는?”이라고 물을 수 있다. 그러면 “△△이 너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야”라고 말해주면 된다. 누구를 더 사랑하느냐고 물으면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뜨잖아. 해와 달 중 뭐가 더 중요할까? 우리가 살아가는 데 낮의 밝음도 정말 소중하고 밤의 어둠도 정말 소중해. 해는 낮의 해로서 해야 할 일이 있고, 달은 밤의 달로서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서로 다르지만 똑같이 중요해. 너희도 해와 달과 같아. ○○이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 엄마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이를 가장 사랑해. △△이도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어. 엄마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도 가장 사랑해. 누가 해이고 달인지는 모르겠어. 그런데 엄마는 해와 달이 다 소중하듯 너희 둘 다 소중해. 너희 둘 다 사랑해.” 이렇게 말해주어도 아이들은 잠깐 입을 삐죽거릴 수 있다. 그렇더라도 모두를 가장 사랑한다는 부모의 말을 마음 따뜻하게 잘 이해할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