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 시행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 한 대학병원 접수 창구에서 환자가 접수 절차를 밟고 있다. 2024.5.20/뉴스1
“예약하고 왔어요. 초진도 아닌데 정말 안 돼요?”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 시행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 한 대학병원을 찾은 60대 노인이 난감한 얼굴로 병원 접수 창구 직원과 실랑이를 벌였다.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는 건강보험 무자격자가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건강보험 급여를 받는 등 제도 악용사례가 지속 발생하자 건강보험 제도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제는 모바일이 낯선 노인들이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을 경우이다.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층과 달리 스마트폰에 능숙하지 않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는 노인은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다.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 시행 첫날인 20일 오전 부산 한 대학병원 접수 창구.2024.5.20/뉴스1
순번을 놓친 한 박영기 씨(68)는 “내 지갑이 우리 남편한테 있는데 잠깐 화장실을 갔다”며 “기다리는데 빨리 오지 않아서 그냥 번호표를 다시 뽑았다. 신분증만 받아 놓을 걸 그랬다”고 말했다.
병원도 환자들의 불만에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본인 확인을 하지 않은 의료기관은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제도 개선 취지에 공감하는 긍정적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노모와 함께 병원을 찾은 박 모 씨(51)는 “지난주에 동네 치과에 갔다가 안내문을 보고 오늘 신분증을 챙겨왔다”며 “그간 허술한 법을 틈타 부정수급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신분증 확인 과정을 거치면 이러한 불법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