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부터 하락세 이어져 쌀 재고량 80% 늘어 농민 불안 RPC “정부, 쌀값 문제 해결을” 전남도, 대출 기간 연장 등 촉구
전남도, 농협RPC협의회, 대한곡물협회 관계자들이 17일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에 15만 t 시장 격리 등 쌀값 회복 및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5월 말까지 15만 t 이상 시장 격리 조치가 없으면 재고 물량을 저가에라도 방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2023년산 쌀값(80㎏ 기준)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18만 원대로 떨어지자 정부에 쌀값 안정 추가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남도와 광주·전남 통합미곡종합처리장(RPC)협의회, 농협전남지역본부 등은 정부에 15만 t 시장 격리 등 쌀값 회복 및 수급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0일 전남도에 따르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KOSIS)로 파악한 쌀 한 가마(80kg)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 18만9488원으로, 이달 5일 가격(19만 원)보다 0.3% 떨어졌다. 지난해 7월(18만6106원) 이후 10개월 만에 18만 원대로 내려앉으면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최근 5년 중 최고값과 최저값을 제외한 3년 평균 가격인 평년 가격(19만1022원)보다 0.8% 하락한 것이다.
4월 말 기준 전남지역 농협 쌀 재고량은 전년보다 80%가 증가한 18만 t으로, 월별 쌀 판매량을 고려하면 올해 수확기 전까지 재고가 남아 올해 신곡 가격에도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민 불안감도 크다. 통상적 쌀값 추이라면 매년 수확기(10∼12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다 5월부터 오름세로 전환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전남도와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 대한곡물협회 전남지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나주·고흥·장흥·강진·해남·영암·무안·영광 등 8개 시군은 17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에 시장 격리 15만 t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정부의 양곡 통계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쌀 소비량을 실제보다 과잉 집계하는 반면, 쌀 생산량은 과소 집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용경 광주·전남 통합 RPC협의회장(장흥 정남진농협쌀조합공동법인 대표)은 “쌀은 국가의 식량·안보 사업으로 본래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데 언제부터인가 농협 RPC에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정부 당국도 쌀값 문제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남도는 쌀값이 하락해 농협 RPC의 적자가 이어지면 신곡 수매에 차질이 생겨 그만큼 농가 소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에 △식량 원조 5만 t 추가 매입 △2023년 RPC 벼 매입 자금 대출 상환기간 연장 등 대책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박호 전남도 농식품유통과장은 “미곡종합처리장과 유관 기관의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쌀이 적정 가격에 판매돼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정부에 15만 t 시장 격리 등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