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고등법원 바깥에서 줄리안 어산지를 지지하는 시위에 참가한 여성이 ‘진실’이라 쓰인 마스크를 쓰고 있다. 런던=AP 뉴시스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미 정부 기밀문서 등을 게재해 간첩 혐의로 기소됐던 위키리크스 공동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52)가 미국으로 즉시 송환되는 걸 피하고 영국에 남아 항소할 수 있게 됐다.
20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런던 고등법원은 어산지가 미국 송환을 결정한 영국 정부를 상대로 항소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어산지가 영국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할 근거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간 어산지 측 변호사는 어산지가 호주 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점을 근거로 “미국에 송환될 경우 재판 등에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차별받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영 BBC방송은 이날 “법정 밖에 모였던 어산지의 지지자들은 판결 소식을 듣고 크게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어산지 법무팀에 따르면 그가 이번 소송에서 패했다면 24시간 이내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어산지는 2010, 2011년 미 육군 정보분석가인 첼시 매닝 일병이 빼낸 미군 기밀 문서 수십만 건을 위키리크스에 게시했다. 이에 ‘1917 스파이방지법(Espionage Act of 1917)’ 위반과 간첩 활동 등 18개 혐의로 기소됐다.
공개된 해당 문서엔 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 당시 미군 전쟁범죄, 관타나모수용소 내 인권 침해 등 미 정부의 부도덕한 민낯이 드러난 게시물이 많았다. 이후 매닝 일병에겐 징역 35년형이 선고됐다.
어산지는 2012년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해 7년 동안 머물렀다. 이후 2019년 망명 허가가 취소되며 영국 경찰에 체포돼 영국 교도소에서 약 5년을 보내며 법정 투쟁을 이어왔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