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위원장인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1일 임기 만료로 퇴임한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임 후보자를 논의했다. 2024.1.25 뉴스1
신임 대법관 선정 과정에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법원 내부 관계자의 지적이 나왔다. 올해 1월 퇴임한 민유숙·안철상 전 대법관의 후임자 추천위에서 활동했던 안은지 판사는 내부 게시판에 “회의가 1차례에 불과하고 그 시간도 오후 3시부터로 돼 있었다”면서 “모든 심사 동의자에 대해 충분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적었다. 추천위는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법무부 장관 등 10명으로 구성되며 안 판사는 일반 법관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추천위는 국민 천거를 받은 인사들 가운데 심사에 동의한 사람을 검증해 제청 대상자의 3배수 이상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는 역할을 맡는다. 심사 대상자의 판결문이나 논문 등은 미리 추천위원들에게 제공되지만, 법원행정처에서 별도로 조사한 자료는 회의 당일 배포된다고 한다. 당시 추천위는 3시간 반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42명을 심사해 6명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자료를 검토하고 논의를 거쳐 결론까지 내기에는 너무 빠듯하다.
이렇다 보니 추천할 후보자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고 심사는 요식 행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2020년 대법관 선정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추천위원장에게 특정인을 언급했고 실제로 그 후보가 대법관에 임명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안 판사가 “최종 후보자를 추천하게 된 절차와 과정은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대법원은 8월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자 추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심사 대상자는 55명으로 1월보다 더 늘었다. 추천위 회의 시간을 늘리지 않으면 심사가 더 촉박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당장 개선이 필요하다. 1명당 5분꼴의 시늉 내기 심사로 대법관 후보자를 정한다는 것은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