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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매입-보관에만 年3조… 송미령 “양곡법-농안법 거부권 건의”

입력 | 2024-05-21 03:00:00

민주당, 28일 본회의 강행처리 예고
宋 “농업의 미래 망치는 법” 비판
野 “농식품 장관이 왜곡주장” 반박
전문가들 “쌀 과잉생산 부추길 우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양곡관리법(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의 강행 처리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맞섰다. 정부가 “농안법이 아니라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 강력 반발

송 장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곡법과 농안법은 기본적으로 우리 농산물의 시장 왜곡을 강화한다”며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는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통과된다면)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양곡법 개정안은 쌀값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폭락하거나 폭락이 우려될 때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또 농안법 개정안은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농산물 가격보장제가 핵심이다.

하지만 정부는 두 법안이 농민을 쌀을 비롯한 특정 품목에 쏠리게 만들어 농업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정부 예산은 과도하게 지출하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다. 송 장관은 “남은 쌀을 다 매입해 준다면 한국 농업에 지속 가능성이 있겠느냐”며 “(농산물)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법이고, 더 세게 말하면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 ‘농망법’”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농안법이 통과될 경우 실제로 필요한 예산 규모를 추산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설명했다. 어떤 품목에 대해 어떤 기준 가격으로 차액을 지급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에는 쌀 매입비와 보관비로 소요되는 금액만 연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농식품부는 보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농식품부 장관의 왜곡과 망언’이라는 자료를 내고 정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양곡법 개정안이 쌀 의무매입제이며 보관·매입비만 연 3조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악의적인 가짜 뉴스”라며 “사전적 수급 조절 정책으로 쌀의 구조적 공급 과잉을 해소할 수 있도록 법안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 “소비 줄어드는 쌀 과잉 생산 부추길 것”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민주당은 쌀 가격이 3∼5% 하락할 때의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했던 법안을 수정해 양곡수급관리위원회가 정부의 보전 기준을 정하도록 매입 조건을 바꿔서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해법이 될 수 없고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두 법이 시행되면 위원회에서 기준가격이나 보전율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데 위원회는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며 “정부와 농민단체, 학계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협의 과정 자체에서부터 상당한 갈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들 개정안이 한국 농업의 경쟁력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소비가 계속 줄고 있는 쌀이 여전히 최선호 작물인데 양곡법으로 지원을 한다면 벼농사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쌀 과잉 생산이 우리 농업의 가장 큰 문제인데 이를 법으로 부추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2014년 65.1kg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56.4kg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고령화되는 농촌에서 자동화율이 높은 벼농사 선호가 계속되면서 2021년 26만8000t, 2022년 15만5000t에 이르는 쌀이 초과 생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농민단체들도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개정안이 시행되면 매년 쌀 매입과 가격 안정 비용에 수조 원의 예산이 소요돼 콩, 밀 등 식량 안보에 중요한 다른 품목에 대한 예산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등 21개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한국농축산연합회와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한국과수농협연합회 등도 이번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