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자생한방병원 추나-침-약침-한약 등 ‘한의통합치료’ 어긋난 척추 교정해 통증 없애고, 침 치료로 주변 조직 긴장 해소 빠른 염증 제거에는 약침이 도움 손상된 척추 강화하는 한약 처방… 건보 혜택 적용돼 환자 부담 줄어 “치료 효과 국제학술지에 게재”
허리디스크 환자 김 모 씨가 진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창원자생한방병원 제공
제조업 회사 30년 근속에 빛나는 김 모 씨(60). 대한민국 산업의 역군인 그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바로 긴 세월 그를 괴롭히고 있는 허리 통증이다.
사는 게 바빠 건강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지난 30년간 불철주야 일했던 그였다.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야간 잔업이 매일 같이 이뤄졌고 작업반장이 되고 나서는 근무 이후 과음을 하게 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아니나 다를까. 40대에 접어들자마자 김 씨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의 척추가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무거운 장비를 옮기던 어느 날 찌릿하며 강한 허리 통증이 그에게 찾아왔고 이것이 김 씨가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와 긴 악연을 맺은 시작이 됐다. 치료를 위해 병원을 다니며 각종 주사도 맞아봤지만 잊을 만하다가 또다시 심해지는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은 최근까지도 계속됐다.
일상 복귀를 앞둔 김 씨는 “허리 통증과 허리디스크 치료에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며 “정년을 앞둔 시점에서 조금 늦게 척추 건강을 돌보기 시작한 만큼 몸 건강히 퇴직할 수 있도록 한의 치료와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디스크, 중증에도 ‘한의통합치료’가 효과적
강인 병원장이 허리디스크 치료 한약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김 씨와 같은 중장년층은 나이가 들며 뼈와 근육, 인대 등이 약해지는 탓에 허리디스크 발생에 더욱 취약하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허리디스크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209만8183명 중 50대 이상 환자 수는 143만1877명으로 전체의 약 70%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상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극심한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이 동반되는 것은 물론 마비 증상과 대소변 배변 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이 허리디스크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추나요법과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을 병행하는 비수술 한의통합치료는 신체가 받는 부담이 적어 회복력이 떨어지는 중장년층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먼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틀어진 척추뼈와 근육을 밀고 당기는 추나요법은 어긋난 척추 배열을 바로잡아 통증 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이어 침 치료는 경직된 척추 주변 조직의 긴장을 완화해 주며 신바로약침, 중성어혈약침, 소염약침 등의 약침 치료는 염증 제거에 도움을 준다. 더불어 손상된 척추 조직을 강화하는 한약 처방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높여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허리디스크에 대한 한의통합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 학술지 ‘BMC 보완대체의학’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의통합치료를 받은 허리디스크 환자 505명을 평균 4년 3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약 96%(486명)는 디스크가 흡수돼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디스크의 탈출 정도가 심할수록 흡수량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강 병원장은 “초진 시 촬영한 김 씨의 MRI 사진에서는 요추 4번과 5번 사이의 디스크 수핵이 밖으로 흘러나온 상태였다”며 “한 달간의 입원 치료 후 현재 김 씨의 디스크는 상당 부분 흡수 중인 것이 확인됐고 극심한 허리 통증과 신경 증상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약은 허리디스크를 비롯한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있어 핵심적인 한의 치료법이다. 보건복지부가 한의 의료기관, 한약 조제기관 등 3000여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년 한약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근골격 계통 질환자들이 한약 처방을 가장 많이 받은 것(한방병원 88.6%, 한의원 71.2%, 요양·종합병원 79.2%)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치료 효과와 환자들의 수요가 높다는 의미다.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이 추나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강인 창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이 허리에 약침을 놓고 있다.
김 씨는 “입원 기간 중 한약을 매일 꾸준히 먹었던 것이 증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남은 통원 치료 중에도 처방받은 한약을 잘 챙겨 먹고 추나요법과 약침 치료 등의 한의 치료를 받으면서 허리 건강을 꼼꼼히 관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허리디스크는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의 대상 질환으로 적용돼 지난 4월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첩약이란 한약재를 조제·탕전해 액상 형태로 제공하는 치료용 한약을 의미한다. 김 씨와 같이 한의 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허리디스크 환자 대부분은 첩약 처방을 받고 있는데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면서 치료비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됐다.
강 병원장은 “최근 시작된 첩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을 통해 병원에 내원한 많은 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며 “김 씨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조기 진단과 치료는 허리디스크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시범사업이 활성화되며 한의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허리디스크 치료와 예방은 물론 신체 전반의 건강관리도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