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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1970~80년대 오염된 혈액에 3만명 HIV 감염…“정부 은폐”

입력 | 2024-05-21 14:01:00

英 70~80년대 오염 혈액으로 3000명 사망
수낵 총리 “국가적 수치…전부 배상할 것”



ⓒ뉴시스



영국에서 1970~1990년대 초반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3만명 이상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C형 간염에 걸렸고, 3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일(현지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오염혈액조사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최종 보고서를 통해 국가의 잘못으로 많은 환자가 오염된 혈액에 노출됐으며, 정부는 오히려 이를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위원장 브라이언 랭스태프 전 판사는 “이 재난은 사고가 아니었다. 의사와 혈액 서비스 담당, 정부 등이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면서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피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역대 정부와 의료인들이 체면을 위해 책임 인정을 피했다”며 “이를 의도적으로 숨기려 했고, 정부 측에서 관련 문서를 파기한 증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가운데는 피가 잘 멎지 않는 혈우병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환자들은 1970년대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치료제를 투여받았다. 이때 일부가 교도소 수감자나 마약 복용자 등 고위험 헌혈자의 혈액을 수혈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1250명이 HIV에 오염된 혈액 제제에 감염됐고, 이 중 약 75%가 사망했다. 혈액 제제 투여 후 C형 간염에 감염된 사람은 5,000명에 육박했다. 수혈을 받고 C형 간염에 걸린 피해자는 2만6800명에 달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정부의 은닉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배상을 약속했다.

수낵 총리는 이날 의회에 출석해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날”이라며 “신뢰와 권력을 가진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감염 전파를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불의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부 배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사위는 지난 2017년 출범해 6년간 혈액 스캔들 진상 조사를 진행했다. 2022년 중간보고서가 발표되자 영국 정부는 피해자 일부에게 보상금 10만 파운드(약 1억7357억원)를 지급하기로 한 바 있다. 오는 21일 발표될 정부 배상액은 100억 파운드(약 17조3566억원)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뉴시스]